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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바람을 느끼고 싶은 날 . 스테라 몬과 함께
김영혜24. 09. 20 · 읽음 79

 

고거 참,  기특하다.
종일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거실창을 건너다보며 드는 새삼스런 마음이다.

 

한낮의 다사로운 햇살이 제일 잘 드는 거실 테이블 위. 거기에 쪼르르 올려 둔 작은 식물들.

언제부턴가 그들을 수시로 건너다보며 귀여워한다. 주방식탁에 앉아 무언가를 먹다가,  베란다에 어떤 것을 꺼내 가지러 가다가,  소파에 앉아 가만 책을 읽다가도 그랬다.


사실 아직은 너무 가늘고 작아 , 가까이 다가서기 전엔 잘 보이지 않는데도 말이다.
작은 너희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조금씩 자라고 있겠지 짐작하면서  그걸 나는 기특해한다.

 

2024.09.20 비오는 아침

 

이번 추석엔 갑작스레 들이닥친 가정 내의 어떤 일 때문에 고향집에 내려가보질 못했다 (열네 살 큰 아이의 일이다). 연휴 내 머리 싸매고 우울해하며 앓아누워도 봤지만 ,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러다 오늘 아침 작은 식물들을 내다보며 문득 여러 생각에 잠겨본다.

 

2024.09.11일 스테라몬

2024.09.20일 스테라몬

 

몬스테라의 성장은 비록 작은 움직임이었을지라도  분명했다.  불과 일주일사이라지만 ,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그토록 매일을 . 곧잘  바라봤지만 내가 미처 눈치챌 사이도 없이 말이다. 하나 그의 발돋움은  내  한결같았을 터 .

 

이번 아이의 일엔  그저 우울에 빠져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역시 달라지는 건 없다며 . 스스로  단정 지어 버린 건 너무 섣부르지 않았을까.

 

어쩌면 아이와 나, 우리 가족은 조용하지만 부단히 노력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시원스레 커다란 잎을 자랑하는  나의  몬스테라 . 여러 해 동안 함께 한 그도 돌이켜보면 아기 손바닥만 했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결국 처음부터 눈부시게 화려하진 않았다는 말이다.

 

아직 미약해 보이기만 하여 내내 못 미더워 가엽기만 한 나의 아이.  하여 참을 수 없는 조바심이 생겨,  그 아이에게 마음에도 없는 모진말을 뱉어내며 채근하는 나 .


 세상에 태어난 지 고작 십사 년째. 핏덩이로 태어나 꼬물거리다 , 어느날엔가 기어 다니며,  이내 아장아장 걷고 결국 뛰어다니게 되기까지. 그런 시간에도 아이는 작지만 매일을. 아니 매 순간마다 성장하고 있었을 테다. 작은 움직임들과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몬스테라도 아이도 자랐을 터.

 

 

앞으로도 한결같은 날들이 꾸준히  모이고 모일테지. 그런 날들을 지나면 아름다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 그런 기특한 날은 작고 여린 스테라몬에게도 , 미약하고 서툴기만한  나의 아이에게도 , 나에게도 다가 올 테다.

 

여리고 작은 스테라몬을 바라보며 .  

나도 모르는 사이 나 또한 조금쯤은 성장한 듯하다.
몬스테라의 씨앗을 심고 가꾸며 , 이토록 나를 비춰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식물을 돌보며 나를 돌본다는 이야기에 진하게 공감하는 오늘. 어쩜 식물이 나를 돌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도.

 

 

추석이 며칠이나 지났지만 , 여전히 한낮의 더위는 쉬이 꺾이지 않았다. 오늘과 내일은 비가 내릴 것이란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지독하게 뜨거웠던 햇살에 달구어져 내내 바삭바삭 휘젓기만 했던.  그 바람은 지나고 말 테다.
그때엔 볼을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머릿결 같은 산들바람을 휘휘 느끼고 싶다.

나의 아이와 . 나에게 깨달음을 안겨준 고마운 스테라몬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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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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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반갑습니다.^^ 형님몬스테라와 아기몬스테라, 하트아이비, 스투키,이오난사를 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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