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은 들어보셨을 "호야".
부동산이나 미용실 한켠에 꼭 있는 이 친구가 꽃을 피우는 걸 안 지는 몇 년 안되었습니다.
잎만 무성할 때는 그냥 식물인가 보다 했는데, 꽃을 피운다는 걸 알고는 갑자기 특별해 보이기 시작했죠.
사람 마음이란 참.
그런데 알고보니 호야가 자그마치 500여종이 넘는 다는 거예요! 모두 다른 꽃을 피우고 잎의 모양도 다 다른 호야들이 상상이 가시나요? 공식적인 것만 500여종 이라 하니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들까지 합치면 그 수가 어마어마 할 것 같습니다.
호야(학명: Hoya)는 공식적으로 500여종을 포함하는 열대 식물.
동남아를 모함한 아시아 등지에 서식하며 상록 다년생 덩굴 또는 덩굴식물 또는 드물게 관목이다. 종종 나무에서 착생하는데, 일부는 육지에서 자라거나 때때로 바위가 많은 지역에서 자란다. 호야는 휘감거나 우발적으로 생성된 뿌리를 이용하여 덩굴이 올라간다. 상대적으로 큰 종은 1–18 미터 (3–59 ft) 까지 자라며, 나무에 적당한 지지를 할 수 있을 때 조금 더 클 수도 있다. 잎은 마주나고 형태는 전연(全緣, entire)이며 대부분 전형적인 다육 식물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https://ko.wikipedia.org/wiki/%ED%98%B8%EC%95%BC_(%EC%8B%9D%EB%AC%BC)
국민호야인 카노사는 한포트에 3000원이면 쉽게 구하는데,
잎에 무늬가 들어간 호야들은 아주 작은 유묘도 15000원 정도 하는 것에서부터 몇십만원대를 호가하는 호야도 있어요. 같은 종이라도 잎의 무늬가 더 확실하거나 꽃대의 유무에 따라 가격 차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견물생심이라고, 한번 희귀 호야에 발을 들이니 너무 키워보고 싶은거 있죠.
초보 식집사 시절, 저는 손을 덜덜 떨며 구매한 6개의 호야와 급작스런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 호야 웨이티
학명: Hoya wayetii
자생지: 필리핀
호야 와이티, 웨이티로 불리는 친구예요. 빛을 적당히 받으면 잎의 가장자리가 짙은 색으로 달달 구워지는데 그 모습이 참 매력적입니다. 그로로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신 '모소닝' 님께도 포기 나눔을 드린 적이 있는데 잘 키우고 계신 것 같아 뿌듯하답니다. 왜냐하면...제 웨이티는 솜깍지의 지긋지긋한 공격을 받아 고생을 해서 병약해 보이거든요. ㅠ.ㅠ
정말 몇 달을 아침마다 이쑤시개를 들고 잎을 이리저리 들춰보며 깍지벌레를 잡는 심정은 안 겪어신 분은 모르실 거예요. 분갈이도 해보고, 설거지 세제를 희석한 물도 줘보고 안해 본 방법이 없습니다. 아! 농약은 안쳤어요. 집에 강아지와 지내고 있어 농약만큼은 양보 불가하거든요. 제일 효과적인 방법은, 분갈이와 이쑤시개였던 것 같아요.
보라색 꽃이 핀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아직 꽃대를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꽃 까지는 사실 욕심이고, 제발 살아만다오 하며 1년째 극진히 보살피는 중입니다.
2. 호야 하와이 / 시길라테스
학명: Hoya sigillatis
자생지: 보르네오 섬
벨벳 질감의 납작한 잎에 은은한 자주빛이 돌아요. 듬성듬성 있는 무늬는 마치 호랑이나 치타의 무늬를 보는 것 같습니다.
저희 집 호야 중에 가장 풍성하고 잘 자라는 호야 시길라테스!
이 친구에게 첫 꽃대가 생겼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꽃망울이 부풀 때 마다 제 마음도 부풀었어요. 아랫목에서 굽는 마시멜로 같달까요.
호야의 꽃대가 올라왔을 때 물이 부족하면 우수수 떨어져서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몰라요.
물 시중 열심히 들며 촬영을 이어갑니다.
잘 만든 앙금떡 같죠? 종이 접기 같기도 하고요.
자연에서 이런 모양과 색을 낼 수 있다는게 정말 신기해요.
아쉽게도 향은 없었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죠)
3. 호야 프라젤라타
학명: hoya flagellata
자생지: 태국
같이 지낸 지가 1년이 넘었는데, 온 모습 그대로 입니다. 신엽이 나오려다가 말라 뚝 떨어지고를 반복했어요.
여전히 살아있다는게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습도에 무척 민감해요.
그러던 어느날,,,,,, 꽃대가 나왔지 뭡니까! 소리 질러!
하지만 이틀 뒤 꽃대가 똑 떨어지더군요.
그렇게 꽃대가 올라왔다 떨어지다를 3번 반복한 후!
점점 커지는 꽃망울. 이 친구는 어떤 꽃을 피울까 너무 궁금했어요.
프라젤라타의 꽃은 아래에서 봐야 그 본 모습이 보여요.
화분을 조심히 들어 살펴보기로 합니다.
옛 유럽의 드레스 같기도 하고 해파리 같기도 하네요.
조심성 없는 식집사와 살며 꽃대를 올리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뭉쿨했어요.
예쁜 건 여러번 봐아죠 후훗.
4. 호야 파라시티카
학명: hoya parasitica
자생지: 동남아시아 일대
인터넷으로 식물을 샀는데 서비스로 주신 호야 파라시티카. 파라시티카는 종류가 특히 많아요, 스플래쉬, 실버, 블랙 마진 등 잎과 꽃이 모두 다릅니다. 제가 받은 건 파라시티카 중 가장 흔한 스플래쉬 같아요.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 왔을 때는 줄기의 목질화가 진행이 많이 되어 신엽이 과연 날까 싶었습니다.
그래도 이왕 만났으니 잘 지내봐야죠, 열심히 물 주며 돌보던 어느 날.
호야의 꽃대는 언제나 봐도 거짓말 같아요. 말도 안되는 곳에서 나타나 큰 기쁨을 선사합니다.
물론 처음에 성공하진 않았어요. 꽃망울이 부풀다가 떨어져버리고 새로 나고 반복했지요.
모든 호야는 꽃을 피운 자리에서 꽃이 다시 나기 때문에 절대 꽃대를 자르시면 안됩니다! (별5개)
향이 집 안을 가득 채웁니다. 서비스로 온 식물의 대반란! 나야 나 파라시티카.
석양이 질 때를 기다려 이 모습을 남겨주기로 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울수가 있나요.
두부도 데려와 앉혀보는데 관심이 없습니다. 그의 관심은 오직 간식 뿐.
5. 호야 푸비블랙드래곤
학명: Hoya Publicalyx 'Black Dragon'
자생지: 말레이시아, 필리핀
23년 7월에 데려와 잘 자라는 것 같더니 갑자기 얼음이 되었습니다. 벌레가 생긴 것도 아니고 물에도 그림 민감하지 않았는데 아마도 타고 자랄 덩굴을 너무 늦게 대줘서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검붉은 빛의 꽃을 피운다고 해서 가장 기대가 컸는데 연둣빛 잎만 듬성하니 심드렁한 친구 같아요.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제가 더 노력해봐야죠!
그래도 프라젤라타에 비하면 신엽을 정말 잘 내어주는 편입니다!
6. 호야 팟오브골드
학명: Hoya latifolia 'Pot of Gold' (fka macrophylla)
자생지: 동남아시아 일대
프라젤라타보다 더 심한 난이도의 '팟오브골드' 입니다.
1년 4개월 동안 잎 한 장 새로 내준 게 다예요.
호야를 기르며 저는 인내심을 길렀답니다.
잎맥과 색에 오래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아요.
이제 곧 가을 지나 겨울이 올텐데 올해는 어떻게 월동 준비를 해줄 지 고민 됩니다.
지금 함께 하고 있는 호야는 6종이지만,
초록별로 보낸 호야 선라이즈,
그로로 식물나눔행사에서 나눈 호야 랑산과 호야 벨라그린,
꽃향기가 너무 취향이 아니라 당근으로 보낸 호야 헤쉬켈리아나 등 까지 하면 10종과 살았었네요.
그리니 님들도 호야를 키우고 계신다면 무슨 종인지 댓글로 알려주세요!
제게 무궁무진한 호야의 세계에 더이상 빠질 체력적(금전적)여유는 없지만
대리만족은 언제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후훗
아직 시행착오 진행중인 사농의 호야 키우기
빛: 밝은 그늘 또는 반양지
통풍과 습도: 바람이 잘 통하는 공중습도 높은 곳
흙: 바크 80, 상토 10, 펄라이트(또는 산야초)10
물주기: 일주일에 한번 정도, 여름철 너무 습할 때는 10일에 한번 정도 주기도 해요.
팁1: 장마철 습도 버프 받을 때 영양제를 조금 주면 호야가 힘을 냅니다.
팁2: 꽃대는 꽃이 져도 절대네버 자르시면 안됩니다. 그자리게 새로운 꽃대를 올리거든요
내한성: 13도 이하는 위험
벌레: 깍지벌레가 무척 좋아합니다. 가지에서 잎이 시작하는 부위를 잘 살피세요.
호야는 습도가 높은 동남아시아 숲 일대에서 바위나 나무에 착생하며 자랍니다. 무성한 나뭇잎 아래로 조심씩 비치는 빛에 의지하면서요. 이 친구의 자생지를 상상해보시면 어떻게 키워야할 지 답이 나오실 거예요!
모두모두 해피 호야하세요 :)!
사농
사색하는 농부 사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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