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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권태기, 식태기.
라핀24. 10. 08 · 읽음 218

살다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종종 권태기가 찾아 온다.

결혼생활도 육아도, 직업도, 인간관계도...

식물도 마찬가지였다.

 

권태기가 온게 느껴지면 나의 상태를 인정하고

잠시 한숨쉬고 돌아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어느 작은것에 권태기를 넘기게 된다.

 

 

오래도록 매일매일 식물과 함께하다보니

매일 식물을 키우는 것이 늘 좋을수만은 없더라.

어떨땐 다른 식물들보다

관심을 더 가져준 식물이 허망하게 죽기도 하고..

잠깐 놓친 물주기로 매말라 한순간에 식물을

보내게 되면 마음이 참 허탈하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식태기가 오는 가장 큰 원인은 다름아닌 '병충해'였다.

 

어쩜 그렇게..

매년 다른 병충해로 나를 시험하는지..

너무 속상하더라..

 

 

식물이 워낙 많은 나의 식물작업실.

작업실을 두번 이전하고

이번 세번째 공간은 남향이라

여름엔 빛이 짧게들고 겨울엔 빛이 깊이 들어온다.

식물 키우기에 광량이 부족하지 않은 공간이다.

 

식물이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보니

습도는 자동으로 조절이 된다.

보통 60% 유지하는 편이다.

내가 가장 신경써주는 부분은 부족한 공간에 식물등 설치와 곳곳에 통풍을 위한 선풍기와 서큘레이터를 켜주는 것.

그리고 놓치지않고 물과 영양제를 주는 일이다.

 

 

나름 신경도 많이

식물이 자라기에 괜찮은 조건이라고 생각하지만

병충해를 완전하게 벗어나기가 참 힘들다.

이번엔 깍지벌레였다.

끈적이는 그 느낌이 참 기분나쁜 병충해다.

그동안 갈색의 깍지벌레는 종종 발견되어

하나하나 잎을 들여다보느라 고생이었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흰솜깍지벌레를 발견했다.

 

 

물주기 전쟁의 여름 잘 버티고 한숨 돌리려다

발견한 흰솜깍지벌레는

나에게 식태기를 가져다주었다.

정말 힘빠져...

 

나는 식물이 취미이자 일이다보니

식태기가 와도 식물을 뒷전으로 미룰수가 없다.

그저.. 평소보다 마음이 덜 동요한채로

식물들을 돌볼뿐...

그런 식태기를 극복해주는 가장 큰 존재.

역시 식물이다...

 

 

 

 

사진의 제나두셀렘은 나의 첫 작업실부터 함께했던 오래된 순둥이 식물이었다.

그런데 어쩐일인지...

(순둥이라고 내가 너무 안일했던건지..)

올해 깍지벌레로 잎이 다 상해버렸고..

격리시켜 하나하나 잎과 줄기를 닦아주고 약을 뿌려도 하나씩 또 나타나는 깍지벌레 때문에 그 풍성하던 잎들을 다 잘라버렸다.

 

다 잘라버리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나니

그간의 시간들이 너무 아쉬워 한켠에 화분 사이즈만 줄여 그대로 두었다.

 

 

나는 그렇게 힘빠진다고 포기를 선택했는데

셀렘은 끝까지 살아나기위해 노력했나보다.

뭔가 작은 초록이들이 보이길래 들여다보니 여기저기 신엽을 열심히 뽑아내고 있었다.

미안했고 기특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한다고

매일이 늘 좋을수만은 없더라.

나는 그렇더라... (난 유리멘탈이다.)

그 시간과 감정을 인정하고 극복하려 노력하다보면 그 시간도 지나게 되고,

그만큼 식물도 나도 단단해짐을 느낀다.

 

다음은 어떤 녀석이 나를 시험에 들게 할것인가...

덤벼라 병충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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