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가을: 억새의 계절
리피초24. 10. 12 · 읽음 161

아기다리고기다리던 가을이 왔습니다! 

계속 바쁜 일이 있어서 못 나가다가 다음주부터 계속되는 비 소식에 가을을 만끽하고자 후다닥 뛰쳐 나갔습니다.😆

제주엔 가을이 되면 여기저기서 아름다운 억새를 볼 수 있습니다. 집에서 멀지 않은 새별오름도 억새가 아름다운 곳 중 하나라 다녀왔어요. 새별오름은 코스가 짧지만 경사가 있는 편이라 단시간에 고강도(?) 운동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ㅎㅎㅎ 경사가 너무 부담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가는 왼쪽 코스가 아니라 오른쪽 코스로 올라가면 좀 낫습니다. 

이제 막 억새가 아름답게 자라고 있었어요. 1-2주쯤 지나면 크림, 은빛색의 하늘하늘 흔들리는 억새군락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퀴즈!  억새와 갈대의 차이에 대해 알고 있나요?! 저는 제주 와서 그 차이를 알게 되었어요.ㅎㅎ

 

억새는 보통 산 능선 등의 고지에서 자라고, 갈대는 습지에서 자란답니다. 억새는 꽃 색이 은빛, 크림색이고- 갈대는 갈색이랍니다!

봄 즈음-식물박사님과 함께 새별오름을 오르며 새별오름의 식물들과 식생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몇 년 전만 해도 새별오름은 '들불축제'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오름 전체에 불을 놓아 오름을 한 번 태우는 행사였지요. 하지만 이 시기에 항상 육지에는 산불 이슈가 있어서 2년간 행사가 취소되었고, 환경단체의 반대 등으로 더 이상 들불축제는 하지 않게 되었어요. (불을 놓으면서 거기에 사는 생명체들을 모두 죽인다는 것에 대한 문제와 큰 공간을 태우면서 사용되는 화학연료와 연기가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것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였어요.) 

제주에서는 오름에서 소를 키우는 일이 많았는데 오름에 불을 붙임으로써 진드기도 없애고, 식생의 다양성을 제한하는 소나무 씨앗을 태우기 위해서였다고 해요. 불을 놓은 후 4월말, 5월 초- 새순이 돋아날때 즈음 소를 오름에 풀어 놓아 새순을 먹였다고 합니다. (소를 키우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불을 피운 것이지요.) 

새별오름에 불을 피우지 않은지 이제 5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식물박사님 이야기로는 들불을 피우지 않은 후로 새별오름에 많은 식생변화가 있다고 해요. 식물들이 제약없이 자다라보니 원래 새별오름에서 볼 수 있었던 고유한 식물들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키가 작고 햇빛을 많아 받아야 사는 식물들은 들불을 놓지 않은 후로 다른 식물들의 키가 자라면서 빛을 가려서 자라지 못한다고 하더라구요. 

오늘 새별오름을 다녀오면서 저도 비슷한 것을 느꼈어요. 몇 년 전보다 키가 크고 다양한 식물들을 볼 수 있었어요. 억새를 많이 볼 수 있는 가을엔 억새 외에 다른 식물들은 많지 않았는데 오늘은 다양한 꽃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매년 새별오름을 가보면 식생의 변화를 더욱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핑크뮬리가 한창이지만 저는 분홍색의 여뀌도 참 좋아합니다.

작고 귀여운 쥐손이풀, 연보라색 벌개미취, 보라색 산박하, 노란 딱지꽃.. 다양한 들꽃들을 구경하며 새별오름을 올랐습니다. 

저는 왼쪽으로 올라가서 오른쪽으로 내려오는 길을 좋아해요. 왼쪽 코스가 단시간에 운동하는 느낌이 있어 좋아하기도 하지만 오른쪽으로 내려오는 풍경을 좋아하는 이유가 더 큽니다. 오른쪽길이 좀 더 완만해서 무릎에 무리가 덜 가기도 하구요.ㅎㅎㅎ (무릎관절은 소중하니까요..😌) 

집에서 뒹굴고 싶은 본능을 거스르게 하는 가을🍂

모두 행복한 가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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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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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좋아 제주에 살며 작은 텃밭과 정원을 가꾸고 있어요🌱 제로웨이스트와 자급자족 삶이 로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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