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이거나 알타리이거나
낭만토토로24. 10. 16 · 읽음 50

  한 여름이 시작될 때 강원도 홍천으로 귀농귀촌을 해서 어렵게 농업인이 되는 과정을 거쳤다.

  농업경영체로 승인을 받기 위해 애초 식물공장을 하겠다는 계획을 잠시 미루고 실제 땅을 일구고 무언가를 심어야했다. 뭘 심을까 고민하는데 마침 가을에 처가집 식구들의 모임이 추진되고 있었다고 한다.   막내 여동생이 농촌으로 귀농했다고 하니 궁금해 해 그러면 모임 장소를 우리집으로 하자고 해 겸사 겸사 모임 날짜가 10월 중순으로 잡혔다.

  장소를 제공하기로 했기에 술이나 고기야 뭐 마트에서 사서 숯 피워 대접하면 되겠지만 그래도 명색이 농촌으로 귀농했는데 돌아가시는 길에 뭔가 손에 들고 가야하지 않을까 고민이 되었다.

   밭에 심은 고추나 가지등은 우리 식구가 먹을 정도... 그리고 식구들이 왔을때 그자리에서 먹을 정도여서 7식구로 대가족인 처가집 식구들이 가지고 갈만한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말이 나온게 8월말이었기에 고민을하다가 그나마 가장 짧은 기간 내에 수확할 수 있는 열무를 심기로 했다.

   '열무는 40일 정도 키우면 되니까.... 시점이 딱 맞겠네....'

  아내랑 의견을 조율하고 고랑 2개를 급하게 만들고 씨앗을 파종하고 더운 여름 땀 흘려가며 친환경으로 예쁘게 재배를 했다.

  그런데 일이 생겼다. 처남집에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모임이 취소되었다.

  결국 시간은 흘러 열무는 수확시기가 왔고 2고랑의 열무는 오롯이 우리 차지가 되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 아내랑 둘이서 우리 식구가 먹기엔 너무 많은 열무를 뽑았다.

  앗!!! 그냥 쉽게 단기간에 키워 수확하려고  솎아주지도 않고 그냥 두었는데 반전이 일어났다. 열무뿌리가 너무 크다!!! 어.... 이건 내가 아는 열무가 아닌데.... 나도 놀라고 아내도 놀라고.... 순간 멍~~~

  " 이거... 알타리 아냐? " 아내의 말에...

  " 아닌데.... 분명 알타리가 저 쪽이고 이 고랑이랑 저 고랑은 열무인데...." 라는 내 대답에

  " 이게 무슨 열무야? 알타리 이구만...."

  " 아냐... 그럼 저 고랑은 뭔데... 저 고랑이 알타리이거든..."

  그래서 알타리를 심었다고 생각하는 고랑에 무를 하나 뽑아 보니 거기도 엄청 크다.

  ' 김장 무인가...? '  아닌데... '그럼 저 옆고랑은 또 뭔데...? 저기가 김장무 고랑인데.....'

  멘탈이 완전 뭉게졌다. ㅋㅋㅋㅋㅋ 

  " 모르겠다... 비도 부슬 부슬 오니... 일단 이 두 고랑은 다 뽑자!!!"

   이렇게 이야기 하고.. 두 고랑의 열무(?) 모두 뽑았다.

 

 

  요리를 잘하는 누나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보니... 누나는 '알타리'라고 하고, 자형은 '열무'일수도 있겠다고... 하고..

여기 저기 농사를 짓는 분들에게 사진을 보여줘도... 알타리가... 우세다...

  '알타리인가....'

  모르겠다...!!! 뭐 알타리이거나 열무이거나... 둘다 먹을 수 있는 건데.... ㅋㅋㅋ

  말 나온김에 누나에게나 좀 보내주자!!!

 

  이왕이면 씨알 좋은 것들로 추려 손질도 안하고 그냥 담는다. (비때문에... 그리고 우체국 택배시간 때문에...)

 

  나머지는 우리가 먹을 김치 조금만 담고 시레기로.... OK!

  내가 개발한 LED 건조기를 이용해 시레기 말리기... 지난 번에는 너무 말려 잎사귀가 많이 바스라 졌는데... 이번에는 조금만 말리고 나머지는 자연의 힘으로 말려보자... 건조기에 한가득 넣고 난 뒤... 또 찾아본다... ㅋㅋㅋ 알타리인가...?  열무인가....?  냉장고에 넣어 둔 씨앗도 다시 꺼내보고,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오전에... 어제 오후에 건조기에 넣어 두었던 한숨 죽어 꾸들꾸들해진 시레기거리를 한 묶음씩 묶어 그늘에서 나머지 건조를 진행해 보려고 정리하고 있는데... 누나에게서 전화가 온다.

   " 야!!! 조금전에 받았는데... 상태가 너무 좋은데.... 농약 안 쳤었다며.....? "

  " 어... 그냥 유기농 방제만 했지.... 면역성 높여 준다고...."

  " 와우~ 상태 너무 좋은데.... 장난 아니다... 잎은 야들야들하고...  무는 실하고....  "

  그런 말들을 하는데... 다 귓등으로 들린다.... 기승전 질문....

   " 근데... 열무같냐? 알타리 같냐? " ㅋㅋㅋㅋㅋ

 

   누나가 말한다...

   " ㅎㅎㅎ 열무면 어떻고. 알타리면 어떻냐? 이렇게 잘 재배했다는 것이 중요하지~~ !!!

이 정도면 초보 아닌데.... 잘 먹을께... 동생이 귀촌하니 택배로 농산물도 받아보네..... ㅎㅎㅎ"

 

   그 말에 멘붕이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다!!! 열무면 어떻고, 알타리면 어때? 내가 식구들을 위해 직접 땅을 일구고 파종을 했고, 내 식구들이 먹는다 생각해서 흔한 농약 한 번 안치고... 그 길던 더위를 견뎌 이렇게 길러냈는데... ㅋㅋㅋ 그 사실이 대단한 거지..!!!

  나눠 먹기로 한 처가집 식구들에게는 시레기로 말려서라도 보내줘야 겠다...

 

 손이 바빠진다...

  이제는 바람이 잘 말려 주겠지.... 예쁘게 말라라...~~~

  나도 애들이 오면 감자탕이나 끓여주게 화덕이랑 솥이나 검색해 보자... ^^

 

 

  그런데... 진짜로 열무가 왜 이렇지?  ㅋㅋㅋㅋㅋ  난 분명 열무를 심었는데.....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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