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1일차, 새벽부터 엄마 혼자 바빠 혼이 빠졌다. 비행기 시간을 맞추려면 아침을 일찍 먹여야하고, 문단속도 해야하고, 어제 미쳐 챙기지 못한 짐도 챙겨야 했다. 아차차..온실에 물도 한번 주고가야 하는데...
잔뜩 예민해진 엄마는 연착된 비행기를 기다리다 폭발해버렸다. 그 점화단추는 딸래미가 꾸~욱 눌렀다. "엄마, 저번에 우리한테 물건 잘 챙기라고 잔소리 하더니 엄마 본인이 정작 물건 안챙겼었잖아" .......아니 초등학교 1학년이 어쩜 그렇게 찰지게 비아냥거리는 말투를 구사할 수 있는거냐고요~~~
애꿏은 딸래미는 엄마가 새벽부터 일어나 얼마나 힘들게 너네를 챙겨야 했는지...얼마나 정신이 없었으면 물건을 누락하는지, 구구절절...하소연을 들어줘야 했다. "공주야, 엄마가 물건을 잘챙겼는지 확인을 하고 싶어서 한말이었지? 그럼 말을 좀 이쁘게해줘. 같은 의도로 말한건데 듣는사람 기분이 천지차이야..."
가끔씩 엄마는 너가 8살이라는게 믿기질 않어....
그렇게 시작된 호통은...여행 내내 쭈~~욱 이어져 오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여행 왔으니 되도록이면...(?) 싸우지 말자..
첫날은, 날씨가 좋으니 오름에 올라가보자~!
숙소 근처에 '새별오름' 이 있네!
조금만 걸으면 될껄? .....
어! 아니네...경사가 45도 각도네...
뒤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신다..."어~나 지금 새별오름 올라가고 있다, 살아서 보제이~! "
아주머니...여기 그정도는 아니잖아요...중간중간 숨을 고르지 않았다면 아주머니 통화 인정~! 오름 위에 오르니 정갈하게 정돈된 밭의 정경이 내가 오른 높이를 실감캐한다.
올라가며 찡찡대는 아이들에게서 도망가고 싶기도 하고, 몰려드는 인원을 핑계삼아 정상에서 서둘러 내려와버렸다.
참...이것들....너희 웃으면서 서로 머리끄...댕이.. 잡고 노는거니?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애들아빠와 나는 내려오는 풍경을 눈에 담는 여유를 찾는다.
올라갈땐 사람들이 자꾸 뒤에 치고 밀려오니 여유가 없었다. 이쁜 야생화고 나발이고, 잔소리를 채찍질 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바빴다면 이상하게 내려오는 길은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여유로워 보였다.
억새밭 틈으로 사진을 찍으러 들어가는 연인들, 어색한 서로의 직각 어깨를 감싸쥔 노년부부...
아...이런 매력에 사람들이 여기 오는구나..그 급한 경사와 높은 정상을 보기위함이 아니라 내려오는 낭만을 즐기기 위해 오는 것이었구나...
악동들...엄마가 이번 여행동안 쉼호흡 잘해볼께~!!
EMTjin
두아이 엄마이자 퍼머컬쳐를 계승한 키친가든을 꾸미고 싶은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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