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고지는 제주 명소 중 남편이 사랑하는 곳이다. 걷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신다고 한다...고뤠...? 난 눈 없으면 별룬데...
이번이 3번째 방문인데...왜 '습지' 라는 사실이처음 본 정보인냥...다가오는 거지?
아...내가 밭에 '생태연못'을 조성해 보고...물이 있는 환경에 눈 떴나부다...
간난쟁이때 해주던 공주 코스튬을 짐가방에서 꺼내 들었다. 망사와 레이스, 인형 왕관...딸램이 환장할라고 한다. '이걸 내가 왜 입어!!!' 너...5살엔 안그랬잖아...OTL...
초콜렛 사주고...협박하고...겨우겨우...몇 번 찍혀준다.
1100고지는 살짝만 추운날 올라가도 온통 눈덮힌 광경으로 탈바꿈한다. 흰 눈에 너무 홀린까닭일까..습지 원래가 주는 이 초원을 닮은 아름다움을 미쳐 알지 못했다.
공주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더이상 공주 옷을 좋아하지 않는다. 제일 좋아하는 색도 핑크가 아니라 파란색이라고 한다.
처음 꽃이 좋아지기 시작했을때 나는, 화려하고 향이 진하고 보기드물다는 특징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요즘 들어서는 잡초, 야생화 같이 흔히 보이면서 파스텔 톤을 가지고 소담하게 피어난 모습이 그렇게나 이뻐보이다.
고즈넉하게 휘감아치는 검은 물줄기를 그대로 맞이하는 낮게 깔린 지피식물들, 화강암을 멋들어지게 휘감아 누워버린 갈대들, 회색 나무 기둥과 톤 다운된 초록잎들이 유난히도 간지나게 보인다.
눈이 하얗게 뒤덮혀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1100고지는 분명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옷을 입은 모습이다. 하지만 화려한 외출복을 벗고 난 원래의 습지가 주는 고요하고 담백한 모습도 좋아하게 되버린것 같아 남편의 최애를 이제 함께 즐길 수 있을거 같다.
싫다는 레이스와 왕관을 공주가 벗어던지게 내버려 두었다. 칫... 조금만 더 입어주지~~~
남편... 이리와바.... 잘 어울리십니다~~~
EMTjin
두아이 엄마이자 퍼머컬쳐를 계승한 키친가든을 꾸미고 싶은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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