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잡초를 좋아하는 나는 식물의 생명력과 힘을 믿는다. 그 힘은 가끔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도 잡초처럼 꿋꿋하게, 나답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식물을 키운다는 건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야외에서 아무런 손길 없이 자연의 힘으로만 자라는 식물들이 차라리 더 나아 보였다. '나’라는 인위적인 존재의 개입이 오히려 자연의 힘을 방해하는 것 같아 거리를 두고 있었다.
이번에 백묘국 키우기 신청은
식물을 잘 키울 자신이 없는 나를 애써 외면하고나서야 가능했다. '이번에 또?' 라는 두려움을 갖고 조마조마하게 씨앗을 심고 지켜봤다.
그 결과, 심은 4개의 씨앗 중 3개가 싹을 틔웠다. 하나는 죽어 흙에 묻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다시 시도할 의지는 없었기에, 3개의 싹이 자라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오늘 아침, 습관처럼 새싹을 살펴보다가 못 보던 작은 초록이가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어? 씨앗이 다시 살아났어!"
힘겹게 싹을 틔운 아이는 아직은 힘이 없는 듯 툭 건드리면 쓰러질 것 같았다. 그래도 보란듯이 피어난 아이가 너무 기특하고 고마웠다.
나는 포기했는데, 포기하지 않은 생명이 감사했다.
“기분이 너무 좋다.”
사실 어제 기분이 조금 우울했는데, 오늘 아침 마주한 이 작은 생명이 나를 위로해주는 따스한 기분이었다. 왠지 이 아이가 싹을 틔우면서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나머지 3개의 싹보다 큰 애정이 내 안에서도 함께 싹을 틔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애정을 품어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물을 더 줄 수도, 영양제를 줄 수도, 함부로 만질 수도 없다. 그저 바라보며 잘 자라기를 응원할 뿐이다. 문득 인간은 식물보다 이기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으면서 행운만 바라고 있다니.
이번에도 자연의 힘을 믿어볼 수밖에 없다.
생명력의 힘을, 스스로 자라날 힘을 믿으며 지켜보는 수밖에.
잘 자라주기를.
푸른뮤즈
삶의 키워드가 많은 사람. 때론 어둡고 때론 유쾌한 생각들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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