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이 집으로 이사를 올 때 거실이 휑 해보여서 산 알로카시아. 잎을 내고, 지고, 내고, 지고를 반복하며 잎이 났던 자리에 목대를 길고 두텁게 하며 자라고 있었다.
보통 3잎이 되면 1잎이 지며, 가운데에 새 잎이 올라온다. 이번에는 5잎이 되어도 시들지않아서 그런가 보다..하며 지냈는데 어느 날 첫째 아이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급하게 우리를 불렀다.
"엄마, 엄마!
알로카시아가 나뭇잎이 (아래에서) 났어요!"
나는 (괄호)안의 말은 제대로 듣지 못하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으응- 그래. 또 잎이 나오나 봐~"
내 반응이 시원찮자, 아빠에게 얘기했다. 그제서야 알았다. 줄기 속에서 자란 새 잎이 아닌 밑기둥아래에서 자라는 새로운 아이였다.
검색해보니, 자구(새순)였다! 이런 경우를 처음보는 식린이라서 너무 신기했다.
오.. 알로카시아도 자구로 새끼를 치는 식물이었구나. 좀 더 모체 옆에서 기르다가, 자구가 커지고 단단해질 때 쯤 잘 옮겨심으면 된다고 한다.
모체는 잎이 누렇게 변하는데, 새순인 자구는 아주 쑥쑥 큰다. 이틀새에 10cm였던 잎사귀는 15cm가 되었다. 첫째 아이는 신이 났다. 엄마, 아빠도 모르던 것을 본인이 제일 먼저 발견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마다 잎사귀가 얼마나 자랐는지 자로 재며, 본인의 키가 큰 것마냥 기뻐한다.
그리고 묻는다.
"엄마, 근데 알로카시아가 여자였어요?
새끼를 낳았네요? 난 몰랐었어요~"
아홉살의 순수한 질문에 나는 빵 터지고 말았다.
문득..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직은 까마득하게만 먼 아이들의 독립이 떠올랐다.
엄마(모체)는 늙어가고, 누렇게 잎이 뜨고, 힘이 없어지지만 어린 아이(자구)는 구김없이 쑥쑥 자란다. 하루하루 연둣빛 잎이 초록이 되어가고, 줄기도 두터워 진다. 아직은 모체로 부터 받는 영양공급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어엿이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히며 커가겠지..
이젠 식물보다 키가 크다.
아이와 식물이 함께 자라는 모습은 어딘가 뭉클하다.
응원할게. 아들아.
아직은 엄마 아빠와 함께 사랑을 잘 공급받으며,
우리 곁에서 건강하게 잘 커줘.
언젠가 네가 떠나는 날이 오면 꽤 허전하겠지만, 스스로도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내는 잎을 줄기줄기 내고, 어엿한 한 독립체로서 건강히 살아나갈 너를 기대하고 기도할게💚
모린
초보 텃밭러, 식집사를 꿈꾸는 식린이, 종종 그림도 그리고, 두 아들과 함께 자라고 있는 모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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