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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이야기하는늑대24. 12. 28 · 읽음 215

 2024년도 끝나간다. 끝나가는 한 해를 보내는 이벤트 중에 하나가 크리스마스 파티다. 파티라고 해서 대단한 건 없다. 그냥 가족과 함께 맛있는 거 먹는 게 전부다. 그런데 맛있는 거 먹는 거 그게 최고다. 혼자일 때는 크리스마스도 그저 소위 빨간 날일 뿐이었다. 그냥 하루 노는 날. 예수님이 고맙게도 태어나 주신 날. 늦봄이나 초여름엔 부처님이 태어나 주신 덕에 하루 또 논다. 역시 괜히 성현이 아닌가 보다. 감사합니다.

 

 

 아내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면서 그저 노는 날인 크리스마스가 한 해를 보내는 조금 더 의미 있는 날이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맛있는 걸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는 날이라는 게 더 크게 다가온다. 처음엔 아내와 둘이었지만 이제 딸아이까지 셋이다. 크리스마스 일주일 정도 전부터 뭘 먹을까 고민하면서 마트에서 사거나 쿠팡을 통해 주문한다. 맛있는 거라고 해 봐야 평소와 별반 다를 건 없다. 다만 술은 조금 다르게 와인을 한 병 정도 준비한다.

 

 

 와인을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다. 와인 맛을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크리스마스에 와인을 준비하는 이유를 굳이 들자면 서양 명절이니 맞춰서 서양 술을 준비할 뿐이다. 서양 술이 와인만 있는 건 아니지만 이거 저거 고려했을 때 와인이 가장 적당하기에 선택하는 편이다. 물론 맥주도 서양 술이지만 너무 대중화된 술이라 서양 술이란 인식이 사실 의미가 거의 없고 위스키는 보통 비싸고 보드카는 너무 독하고 뭐 대충 그래서 와인을 선택하는 편이다.

 

 

 와인도 비싼 건 비싸지만 내가 선택하는 와인은 지극히 대중적인 한 병에 만원 정도하는 와인이다. 조금 고르는 부분이 있다면 싸구려 입맛이지만 몇 번 먹다 보니 달콤한 것보단 드라이한 거 그리고 가벼운 것보단 묵직한 바디감을 가진 와인을 좋아한다. 와인을 다 먹어 보고 파악하는 건 아니고 마트에 다 표시돼 있다. 어느 정도 드라이하고 묵직한 지. 그거 보고 사면 된다. 좋은 세상이다.

 

 

 이브에 준비한 와인과 소시지 그리고 치즈를 아이를 재우고 아내와 함께 먹었다. 아! 이번 크리스마스 와인은 조금 남달랐다. 한 달 정도 전에 영동에 놀러 갔을 때 평소엔 잘하지 않는 행동이지만 한 달 뒤에 있을 크리스마스를 대비해 와인을 미리 한 병 사놨다. 다만 조금 달달한 와인이라 크리스마스 직전에 마트에서 내가 마실 드라이한 와인을 9,900원짜리를 따로 하나 더 샀다. 스페인 산 4,900원짜리 와인도 있었는데...

 

 

 그렇게 아내는 영동에서 사 온 달달한 와인을 나는 직전에 산 드라이한 와인을 거의 따로 마셨다. 아내는 반 병 정도를 마시고 나는 한 병을 다 마셨다. 그리고 서로 보고 싶은 드라마나 영화 한 두어 편 보고 잤다. 다음 날 대망의 크리스마스엔 아이와 함께 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 어디 갈까 하면서 카페를 갈까 뭐 이러다 그냥 집에서 뒹굴기로 했다. 크리스마스엔 가족과 함께! 아이가 먹을 수 있는 걸 준비하면서 아내와 난 미리 시켜 둔 닭갈비를 점심과 저녁에 걸쳐 볶아 먹었다.

 

 

 기억에 의하면 지난해 크리스마스까지는 케이크도 준비한 거 같은데 올해는 그냥 넘겼다. 공교롭게도 크리스마스 열흘 정도 전이 내 생일이고 내 생일 일주일 뒤가 딸아이 생일이다. 다시 말해 내 생일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열흘 정도 기간 동안 세 가족 중에 두 명의 생일이 있다. 크리스마스쯤 되면 케이크가 질린다는 소리다. 지난해까지는 그래도 하면서 준비한 거 같은데 올해는 됐다 하고 넘겼다.

 

 

 이브부터 크리스마스까지 하루 반나절 동안 집에서 편안하게 맛있는 거 잘 먹고 따뜻한 매트 위에서 뒹굴거리며 잘 놀았다. 아! 아이 유치원에서 준 과자집도 만들었다. 만들고 아이랑 내가 다 뜯어먹었다. 다음 주엔 설날이니까 또 놀아야지~ 아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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