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도 밝았겠다. 시기가 좋아 미루고 미뤘던 여러 계획을 생각해 본다. 운동도 하고 싶고 책도 많이 읽고 싶고 일도 열심히 하고 싶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예전에 어떤 광고였는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강렬했던 카피가 하나 있었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라는 카피였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격렬해야 한다니... 얼마나 뭘 하고 싶지 않았으면 격렬해야 했을까? 그만큼 해야 될 게 많은 현대인들의 비애를 나름 잘 표현한 카피였던 거 같다. 지금도 잊을 만하면 한 두어 번씩 써먹는 카피다.
그렇다고 지금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런 거라면 고민이 될 일도 없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면 되니까.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쉽다. 먹고살기 위한 최소한의 경제활동과 한 집안의 가장이니 뭐 이런 걸 들먹일 필요도 없이 그저 한 사람으로서 삶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만 잊지 않으면 된다. 진짜 문제는 하고 싶은 동시에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하고 싶은데 하고 싶지 않다. 동전을 던졌는데 앞면과 뒷면이 동시에 나오길 바라는 것과 같다.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차라리 동전이 그 얇고 얇은 옆면으로 서는 게 더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하고 싶은데 하고 싶지 않다니...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시기가 좋다. 계획이라는 걸 실천 여부를 떠나 야무지게 세우기 아주 좋은 새해의 1월이다. 하지만 마음은 올라오는데 매번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올라오는 마음만으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결국 움직여야 한다. 로또라는 것도 슬리퍼를 찍찍 끌고 나가 사 와야 될 가능성이 그나마 번개 맞아 죽을 만큼 생기는 것이다. 그저 일반적인 의미의 귀차니즘이 아닌가 하고 반문도 해 본다. 하지만 그건 아닌 거 같다. 뭐라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가 없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
매일 멍하니 하늘을 보며 공상에 의한 망상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좋게 말해 그야말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세상 못 할 게 하나도 없어 보인다. 그 모든 것들은 결국 나의 작은 손짓 혹은 발걸음 하나부터 시작된다는 걸 모르지 않지만 그 작은 행동 하나가 하기 싫어진다. 아니 정확히는 머뭇거려진다. 일을 마치고 들어오면 그저 따뜻한 매트 구석에 거의 반 눕다시피 자리를 잡고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유튜브를 보는 데 여념이 없다.
책이라도 조금 더 읽으면 좋으련만 그마저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 나름 재미있는 책을 보고 있는데 다만 한 페이지라도 읽으면 분명히 재미있는데 그래서 그냥 읽기만 하면 죽죽 몇백 페이지는 그냥 읽을 거 같은데 재밌네를 되뇌며 책장을 덮는 내 모습을 보면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그야말로 앞에서 이야기한 그대로 하고 싶은데 하기 싫은 아주 적절한 예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잘 모르겠는 부분이 스스로를 더 옭아매는 거 같다.
이야기하는늑대
살아 온 이야기, 살고 있는 이야기, 살아 갈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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