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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는늑대25. 02. 05 · 읽음 161

 지금 회사에서 일을 한 지 10년이 됐다. 그러니까 2015년 2월 4일에 지금 회사의 청주 사무실에 첫 출근을 했었다. 10년이라... 흔히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라고 하는데 주변을 둘러보면 틀린 말은 아닌 거 같다, 없었던 아파트 단지도 생기고 그로 인해 학교도 생기는 등 여러 눈에 띄는 물리적인 변화가 있었다. 이외에도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이 시대에 강산이 변한다는 관용적인 표현에 가장 적합한 변화가 아파트 단지가 아닐까 싶어 다른 무엇보다도 먼저 언급해 봤다.

 

 

 뭐 그건 그렇고 나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10년 전의 나는 삶을 뭐랄까 반 정도는 포기한 상황이었다. 포기라는 단어가 부정적이라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었나 싶은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런 건 또 아니었다. 그저 하고 싶은 일을 의지와 노력이 부족하여 하지 못하고 먹고는 살아야 돼서 닥치는 대로 이런 일 저런 일 하다 나름 마음에 맞는 일인 커피 일을 하다 그마저도 어쩌면 뻔한 미래가 보여 그만둔 상황이었다.

 

 

 인륜지대사라는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마저도 생각할 수도 없고 하기도 싫었던 하지만 먹고는 살아야 하니 뭐라도 해서 그냥저냥 혼자 살아야지 하던 그 시점에 지금 회사에 출근했다. 대단한 기대를 한 것도 아니고 큰 성공을 거두겠다고 다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내 몸 하나 건사하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다.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시점에 그렇게 일을 시작했고 6개월 정도가 됐을 무렵 별생각 없이 차도 바꿨다. 두 번째 차였는데 처음 차의 거의 세 배 가격의 차로 바꿨다. 쥐뿔 개뿔도 없었지만 어차피 혼자 살 거 딱히 문제 될 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소위 ‘카푸어’는 아니었다. 처음 차가 그렇게 비싼 차가 아니어서 세 배라고 해도 나름 감당할 정도의 가격이었다. 여하튼 의도치 않게 20대 때 나름 로망으로 삼았던 차 중에 하나를 그렇게 사서 끌게 됐다.

 

 

 또 1년이 지났다. 일은 그냥저냥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딱 적당한 수준으로 했다. 중간에 나보다 한두 살 나이는 어리지만 팀 내에 괜찮은 선배와 의기투합해 일을 조금 잘하는 아니 정확히는 열심히 하는 수준까지 가긴 했다.

 

 

 그때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연애를 시작했다.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런 건지 같이 맛난 걸 많이 사 먹고 싶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일을 더 열심히 했다. 돌이켜 보면 그때가 아마 내 삶 동안에 돈을 가장 많이 벌었던 시기였던 거 같다. 그 덕에 편하게 연애를 하던 여자 친구였던 아내와 결혼을 생각하게 됐고 했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 이 부분은 연애를 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그 아이가 네 돌이 넘어 선 이 시점까지도 신기할 따름이다.

 

 

 더불어 애초에 못 살던 사십 평생 월세와 전세를 전전했던 집안의 아들로 우리 집이나 내 집이라는 게 없었는데 결혼하면서 빚을 지기는 했지만 내 집이라는 것도 생겼다. 지금은 그 집을 팔아 역시 더 큰 빚을 져서 작은 건물 하나까지 샀다. 허 참~ 삶이 뭐 이렇게 돌아가지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내가 삶을 열심히 잘 살아서 그런 건지 운이 좋아 그런 건지 알길 없는 애매한 생각이 뒤통수를 툭툭치곤 한다.

 

 

 사실 지금 하고 있는 일 그러니까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정확히는 일반적인 의미의 출퇴근을 하는 회사는 아니다.)를 코로나가 터진 해의 8월 즈음에 그만두려고 했었다. 그때 글쓰기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쓰고 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초반엔 어서 그만 일을 때려치우고 글로 먹고살자 했었는데 아직까지 일은 그대로 하고 있고 글은 그냥 뭐 일기로 쓰고 있다.

 

 

 일을 때려치우지 못한 건 글로 먹고살고 싶었는데 그 바람이 상당히 요원한 일이라는 걸 알게 돼서 그럴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바람이 들어 일은 하기 싫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글로는 먹고살 수 없을 거 같아 쓰긴 쓰지만 일도 꾸역꾸역 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조금 고통스럽기도 하고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고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기도 했다.

 

 

 해서 결정을 내렸다. 글은 한 달에 몇 만 원 정도 들어오는 용돈 벌이 정도로 생각하고 일을 다시 제대로 해 보자. 이왕 다시 제대로 해 보는 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다고 다른 곳에서 일을 해 보자 하고 알아봤다. 몇몇 군데와 연결이 됐고 면접도 봤다. 한 곳을 결정하고 소통하면서 지금 다니는 곳을 정리하기로 했다. 더불어 당시에 지금 다니는 곳에서 몇 개월만 더 채우면 10년이 되고 10년이 되면 공로상인가 뭔가의 의미로 금을 한 돈인가 두 돈을 준다고 해서 그거나 받고 정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세상사 아름답게 마음 같이 되는 건 없었다. 같이 일을 하기로 했던 곳과 소통이 지지부진해졌다. 뭐랄까 이 양반들이 나란 사람을 쓰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명확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이 들면 을이라 할 수 있는 내가 알아서 아~ 나를 안 쓰겠다는 거구나 하면 되는데 소통하는 기간 동안 몇 번의 면담이 준 느낌은 그게 아닌 거 같아 사실 얼마 전까지 마음을 정리하지 못했다.

 

 

 시간은 흘러 10주년이 됐고 오히려 앞에서 이야기한 같이 의기투합해 일을 잘하게 됐다던 선배가 다시 한번 같이 뭐 좀 하자고 붙잡는 바람에 지금 이곳을 정리하고 나가는 게 맞는 건가 싶은 생각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나가는 쪽이나 남는 쪽이나 일장일단은 있어 어느 한쪽을 명확하게 선택할 수 없는 점도 마음을 흔들었다.

 

 

 뭐 여하튼 10주년은 됐고 조만간 본사에서 부르면 황금열쇠인지 뭔지를 받으러 가면 된다.(서울까지 가기 귀찮은데 그런 사람들은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하는데 금을 우편으로 보내줄 수 있는 건가?) 더불어 나가는 것과 남는 것에 대한 선택의 주도권은 다행히 나에게 있다. 해서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겨 보려 한다.

 

 

 예전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하면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end가 아닌 And'. 그렇다. 세상에 끝이 어디 있는 가? 그저 다음으로의 연결일 뿐이지. 그다음이 다른 곳을 찾는 건지 남는 건지 아니면 종국에는 글이 될지 모르지만 지금 중요한 건 10주년이 됐고 황금열쇠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값 많이 올랐던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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