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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갈나무와 어깨걸이극락조
피어나는교실25. 02. 20 · 읽음 63

 잎이 두꺼워 떡갈이라는 이름을 얻은 떡갈나무는 '붙임성이 좋다'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껍질은 염료로, 열매인 도토리는 묵이나 녹말로 가공해 식용으로 쓰인다. 목재는 다른 참나무처럼 표고버섯을 키우는 데 쓰이거나 단단한 목질로 바닥 인테리어 재료로 적합하다. 또, 잎에는 방부제 성분이 있어 떡을 찌거나 쌀 때 이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에게 아낌없이 내어주는 나무인 떡갈나무에는 여러 이야기가 관련되어 있다.

 

 먼저, 올림푸스의 왕이자 하늘을 다스리는 천상의 제왕 제우스가 인간에게 경고를 줄 때에 가장 딱딱하고 강력한 떡갈나무를 골라 매서운 벼락을 내린다고 한다. 경고를 받는 대상은 인간이지만 애꿎게 벼락을 맞는 건 떡갈나무인 셈이다. 그래서 떡갈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벼락 맞을 확률이 높다는 말이 있다.

 

  까마귀가 주위를 머물며 '죽은 자여, 나오라'는 의미로 까악까악 운다고 하여 '애도의 나무'라는 별명이 있으며 고대의 농민들이 신들의 심술궂은 처사에 대해 분풀이 삼아 심었다는 말도 있다.

 

 

  다시 꽃말로 돌아와 이야기하면, 나는 붙임성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낯을 안 가리는 것 같지만, 괜히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 아무말이나 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대체로 집에 와서 후회한다ㅠㅠ)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를 어깨걸이극락조에 비유하고는 한다.

 

 마치 그림판으로 슥슥 그린거 같이 생긴 이 새는 놀랍게도 실존하는 새로, 평소의 얌전한 모습과 마음에 드는 암컷에게 구애할 때의 모습이 엄청나게 다르다. 그래서 이 새를 처음보던 날, '이거 내가 친한 친구 만날 때랑 완전 비슷한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 척 가만히 있다가 편한 상대를 만나면 방방거리는 것이 나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친해지기 전후가 많이 다르다는 말을 듣는 사람들은 아마 공감할 것이다.

 

 

우리는 얌전한 것이 아니다. 다만 진짜 모습은 깃 아래에 숨겨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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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나는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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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교실이, 나의 집이, 나의 삶이 피어나길 바라며 써내려가는 기록들 탄생화를 주제로 에세이와 수필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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