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열심히 한다고 해서 누구나 손흥민 같은 축구 선수가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고 인정도 잘한다. 역시 열심히 한다고 해서 누구나 다 김연아 같은 피겨 선수가 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게임을 잘한다고 해도 페이커 같은 프로게이머가 되는 건 쉽지 않다는 걸 역시 알고 있고 쉽게 인정한다. 그런데 왜 도대체 공부만큼은 누구나 열심히만 하면 서울대를 가고 영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착각)을 하는 것 인가? 공부 역시 누구나 다 잘할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치를 왜 인정하지 않느냐 이 말이다.
소위 예체능 계열에서의 재능의 지분은 높게 처 주면서 공부라는 영역에서 재능의 지분은 왜 병아리 오줌만큼도 안 춰 주느냐 이 말이다. 그러니 공부할 머리가 아닌데(머리는 국영수사과 과목 공부만 하라고 목에 붙어 있는 게 아닌데) 멱살을 잡아끌어 공부를 시켜봐야 나오는 결론은 한숨뿐이다. 한숨만 나오면 그나마 다행이다. 돈은 돈대로 깨지고 시간은 시간대로 잡아먹으며 학생과 부모의 마음은 저기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다.
물론 예체능 계열에 비해 일반적인 의미의 공부가 재능여부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걸 모르는 바도 아니고 부인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중의 차이일 뿐이지 공부도 재능이 필요하다. 노력은 그 재능이 빛을 발할 수 있게 갈고닦는 과정일 뿐이다. 노력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다만 노력의 성격과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내가 뭘 잘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찾는 과정으로서의 노력과 한 줄기 빛 같은 재능을 발굴했다면 그 원석 같은 재능을 갈고닦는 노력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저 하면 되겠지, 밀어붙이면 되겠지, 부모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인지 욕심인지 모르겠지만)으로 학원을 가거나 과외를 받을 수 있게 지원해 주면(끌고 다니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될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과목공부라는 것은 이 세상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하나의 도구이자 수단으로 생각해야 되는데 목적이 되 버린 이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국어는 보다 원활한 소통과 자국 문화의 이해를 위해 배운다. 그 과정에서 많은 비문학적인 내용과 문학작품을 통해 세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영어는 이토록 글로벌한 시대에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어 다른 문화의 이해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우리만 우리 한국 사람만 사는 지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와 과학은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를 배운다. 그 과정 속에서 장차 해보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다. 수학은 논리와 이치 또는 합리등을 배우는 데 아주 괜찮은 과목이며 이 복잡한 세상을 단순한 수와 식으로 정리할 수 있는 단순 명료함과 효율성 등을 배울 수도 있다.
이렇게 재미있고 아름다울 수 있는 과목공부가 경쟁이라는 미명아래 입시라는 결과를 만드는 도구로 전락하다 못해 주객이 전도된 현시점을 생각한다면 누구나 다 열심히만 하면(아니 되든 안 되든 일단 죽어라 해야 되는 상황에 내 던져지는) 된다는 망상에 빠져 드는 것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그래서 공부 재능이 있고 없고를 떠나 밀어붙이면 어쩌면 될 거라는 그 바람을 나도 솔직히 응원하는 바다. 세상 간절한데 뭐라도 좀 성과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바람대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학생은 전체 중에 1% 남짓인 걸로 알고 있다.
이쯤 되면 시야를 조금 넓힐 법도 한데 눈 양 옆을 가린 경주마처럼 죽어라 앞만 보고 달리는 모습이 안쓰럽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저 옛날 조선시대 때부터 사농공상이라고 공부하는 선비를 최고로 치는 유학자의 나라 피가 어디 안 가는 건지 일제강점기 때 모든 걸 빼앗기고 한국전쟁으로 그나마 남아 있지도 않은 걸 다 들어 먹고 가진 건 배고픈 사람 밖에 없는 나라에서 뭐라도 배워 한 자리는 차지해야 먹고살 수 있었던 시대를 이제 막 해쳐 온 업보인 건지 알 길이 없다.
이제 제발 그만 그 쳇바퀴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바다. 누구나 다 공부만 할 거면 그것도 잘하지도 못하는 공부만 할 거면 도대체 소는 누가 키우냐 이 말이다.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되는 걸 하자. 해야만 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은 걸 하자. 우리는 우리나라는 이제 그래도 되고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야기하는늑대
살아 온 이야기, 살고 있는 이야기, 살아 갈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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