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을 진행했다. 정말 오래간만에 해 보는 멘토링이다. 사내에서 경험이 있는 사람들,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멘토로서 멘토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성향 자체가 사람들 앞에서 떠드는 걸 좋아해서 예전에 멘토가 되겠다고 당당하게 지원을 했다. 공교롭게도 그와 동시에 일이 하기 싫어졌다.
사내에서 진행하는 멘토링이기에 사실 내용은 정해져 있다.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까가 주된 내용이었다.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멘토링인데 소소하게나마 실적과 수수료도 챙겨 주는데 놀고먹는 주제로 멘토링을 할 순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할 일을 하면서 잘 놀고먹을 수 있을까도 의미 있는 내용이겠지만 일을 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멘토라고 지원한 놈이 일이 하기 싫어졌으니 멘토링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거짓말이지 않은가? 그리고 그런 거짓말은 아무리 번지르르하게 떠들어도 기운에서 다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간간히 멘토링 요청이 들어와도 다 무시했다. 정확히는 할 수가 없었다. 만약에 했다면 자! 우리 어떻게 하면 일을 그만둘 수 있을까요?를 논했을 것이다. 당시에 나는 그러고 싶었지만 일 좀 해 보겠다고 뭣도 모르고 멘토링을 신청한 멘티를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상황과 심경의 변화가 일었다. 그래서 일도 조금씩 늘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다시 한번 멘토링 신청이 왔다. 처음엔 다소 망설였다. 아직 일을 정말 열심히 하겠다! 뭐 이렇게 다짐한 건 아닌데... 내용도 내용이지만 과연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을까 싶어 신청을 받아들일까 말까 고민했다. 그래도 장족의 발전이다. 그냥 무시했던 게 불과 얼마 전이었다.
고민하는 와중에 본사에서 연락이 왔다. 멘토링 진행하라고... 아이고~ 네. 등 떠밀리듯이 진행했다. 1시간을 진행했고 나름 열과 성을 다해 떠들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떠드는 거 자체를 두려워하지도 않고 즐기는 편이다. 해서 간만이긴 하지만 떠드는 건 문제가 없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예전 가락 어디 가지 않았다. 그리고 마음을 담았다. 할까 말까 하던 상황에 등 떠밀리듯이 했지만 하면서 마음을 담았다.
그래 하자! 열심히 하자! 그런 내 마음이 통했는지 등 떠밀리듯이 시작한 나를 모르는 화면 너머 멘티의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그냥 듣고 있는 것도 아니고 경청을 하고 있다. 아이고... 이렇게 미안하고 고마울 데가 있나. 더 마음을 실었다. 1시간이 끝나고 멘토링에 대한 설문을 작성했다. 그리고 정리했다. 안 그래도 어느 정도 정리하고 다시 열심히 해 보기로 했으니 열심히 하자. 나갈 때 나가더라도 지금은 여기 있으니 할 수 있는 건 일단 열심히 하자. 그 무엇도 아닌 나를 위해서.
이야기하는늑대
살아 온 이야기, 살고 있는 이야기, 살아 갈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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