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유치원 5세 반을 수료했다. 정확히는 2월 21일에 수료했고 26일은 6세 반 OT가 있는 날이다. 벌써 1년이 지났다. 만 38개월 간 가정 보육을 했던 아이가 1년 전 처음으로 엄마아빠의 품을 떠나 사회로 발을 디뎠다.
작년 3월 처음으로 등원이라는 걸 시키면서 버스에 태워 보낸 그 심정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가정보육을 더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과 동시에 이제 그만 밖으로 나가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엄마아빠 품을 처음 떠나 보는데 잘할 수 있을까? 하루 종일 엄마아빠를 찾으며 우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며 보냈다.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는지 처음엔 유치원에서 그야말로 엄마아빠 보고 싶다고 많이 울었다. 너무 안쓰러웠다. 그만 됐다 조금 더 같이 있다 보내자 하는 생각이 울컥울컥 올라왔지만 꼭꼭 씹어 삼키듯이 참았다. 훨씬 더 어린아이들도 잘 적응하는데 우리 아이라고 못할까, 더불어 시작했는데 끝은 봐야지 하는 생각에 다독이며 보냈다.
그렇게 한 달을 고생한 거 같다. 한 달 내내 애가 저리 엄마아빠 보고 싶다고 우는데 보내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과 아니야 약해지면 안 돼 하는 생각으로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고 우리 아이도 그리 유별난 아이는 아니었다. 결국 적응을 했고 아이 스스로 하원하면서 오늘은 조금밖에 안 울었다고 자랑하듯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놓았다. 동시에 크고 있구나 하는 대견함과 안쓰러운 마음이 일었다.
그렇게 적응을 하고 조금 우는 날마저도 점점 줄어들고 집에 와서 재잘재잘 조잘조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고 친구들의 이름도 이야기해 줬다. 5월엔 가족 운동회도 참여했다. 6월 즈음부턴 누가 봐도 어엿한 5세 반 유치원생이었다.
7월엔 휴가를 앞두고 폐렴에 걸리는 바람에 거의 한 달을 유치원에 보내지 못했다. 너무 힘들었다. 아이를 사랑하는 것과 계속 돌보면서 힘든 건 별개의 문제다. 물론 사랑하는 마음이 커 아이 보는 걸 전혀 힘들어하지 않는 부모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난 그렇지 못한가 보다. 여하튼 이거 나라에서 주는 보육수당을 유치원에 주고 있는데 한 달여를 집에서 보다 보니 다시 보육수당을 받고 싶을 정도였다.
한 달여 만에 다시 유치원에 보낼 때 참 좋았다. 다행인 건 아이도 이제 엄마아빠 랑만 노는 것보다 친구들 그리고 유치원 선생님하고도 놀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큰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8월, 9월, 10월... 시간이 지나 어느덧 5세 반 수료를 하게 됐다.
1년 전에 유치원에서 내내 엄마아빠 보고 싶다고 울었던 아이가 1년이 지나 훌쩍 자랐다. 단어 그대로 몸과 마음이 훌쩍 자랐다. 가정 보육할 때도 세상 장꾸였는데 그 장꾸의 버전이 퀀텀 점프해서 몇 단계 업그레이드가 됐다. 잘 자라고 있는 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1년 간 보내면서 이렇다 하게 큰 신경을 쓰지 않게 잘 돌봐 준 유치원도 괜찮은 곳인 거 같았다. 1년 전에 봤던 선생님 중에 한 분도 그만둔 분이 없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도 이직률이 상당히 높은 힘든 곳인데 단 한 분도 바뀐 분이 없는 걸 보면서 나름 괜찮은 유치원에 보내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도 동시에 느꼈다.
OT를 마치고 간만에 외식도 했다. OT가 딱 저녁 시간에 진행이 돼 다소 늦은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와 아이를 씻기고 재우는데 이 놈이 너무 잘 커서 그런지 여지없이 장꾸미를 발산하며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천방지축 뛰어다녀 겨우 붙들어 재웠다. 여하튼 건강하고 바르게 그리고 밝고 예쁘게 잘 자라줘서 너무 고맙다.
이야기하는늑대
살아 온 이야기, 살고 있는 이야기, 살아 갈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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