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나면 안 되는 소리가 났다. 시동을 걸면 괄괄~ 그릉그릉~ 하는 소리가 났다. 안 그래도 경유차라 상대적으로 소음이 있는데 통상적인 경유차로서 나는 소음을 넘어 주변 사람들이 듣기에 민망할 정도로 소리가 났다. 일시적인 현상이길 바라며 그냥 끌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 소리는 여지없이 났다. 사실 엔진오일을 갈 시기가 되긴 해서 공식 센터에 예약을 하긴 해야 했다.
공식 센터는 늘 언제나 항상 예약차량이 많아 예약이 밀리기 마련인데 적당히 밀리길 바라며 전화를 했다. 전화연결도 잘 안 됐다. 아 짜증... 연결이 됐다. 우선 엔진오일을 갈려고 합니다. 예약 날짜 좀 잡아주세요 했더니 한 달 뒤에 오란다... 전화를 한 시기가 2월 마지막 주였는데 3월 27일에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군하면서 그럼 혹시 지금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갑자기 나기 시작하는데 그 수리는 조금 더 일찍 잡아 주실 수 있나요 하고 물으니 네 알아보겠습니다 하곤 역시 같은 대답을 했다. 그 수리도 엔진오일 가는 날 같이 보셔야 됩니다.
아니 저기 소리가 크게 나는데 엔진오일이야 한 달 정도 뒤에 간다고 큰일이 나는 건 아니라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기다릴 수 있지만 소리가 이렇게 크게 나는데 불안해서 어떻게 끌고 다니나요? 어떻게 조금 일찍 안 되나요? 부탁 좀 드립니다 했더니 알아본다고 알아보고 전화를 준다고 하기에 네 하고 기다렸다. 아침나절에 전화를 하고 기다렸는데 점심이 지나고 오후 3시가 다 돼서도 전화가 없었다.
역시 니들이 그렇지 뭐 하며 아쉬운 내가 다시 한번 전화한다 하는 생각으로 전화를 하니 역시 연결은 안 되고 연락처를 남기라고 하기에 연락처를 남기고 기다렸다. 다행히(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한 시간 정도 뒤에 연락이 왔다. 다시 설명을 했다. 안 나는 소리가 나는데 엔진오일을 갈면서 같이 좀 보고 싶은데 한 달 뒤 밖에 안 된다고 하니 불안해서 차를 어떻게 끌고 다닙니까 하고 하소연을 했다. 어드바이저라고 하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분인데 당장은 어쩔 수가 없다 죄송하다 하고 나름 마음을 담아 이야기해 줬다.
다른 방법이 없냐 하니 급하면 차를 갖고 들어오면 된다고 했다. 해서 그럼 얼마나 걸리냐 하니 그건 차를 봐야 알 수 있다. 하루가 걸릴 수도 있고 사나흘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 저 그게 제가 차로 출퇴근만 하는 사람이면 상관이 없는데 시종일관 차를 끌고 다니는 일을 하고 있어서 무작정 차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배보다 큰 배꼽인 렌트 비가 더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니 역시 죄송합니다, 그 방법 외에는 예약하신 3월 27일에 오시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기에 그럼 네 알겠습니다, 혹시 예약 취소가 되는 경우가 있으면 알려 주세요 하니 그걸 또 일일이 확인해 알려드리긴 힘들다 하기에 한숨을 한 번 팍 쉬고 그럼 제가 봐서 수시로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올해 8월이면 딱 10년이 되는 주행거리가 16만 킬로미터가 넘는 차다. 정말 오래 그리고 많이 탄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잖이 탄 건 맞는 거 같다. 탈이 나는 게 당연하긴 한데 큰 탈이 아니길 바라며 일단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하루를 더 기다렸다. 계속 그 불안한 괄괄~ 그릉그릉~ 소리를 들으며 주행을 했다. 하루가 꼬박 지나고 역시 주행을 하며 일을 하는 와중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아내도 차가 있는데 아내는 오전에 일을 하고 난 오후에 일을 하니 조금 안 맞는 부분이 있지만 방학이라는 점을 이용해(아내나 나나 모두 아이들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 어찌어찌하면 차를 맡기고 아내가 오전에 일을 마치면 차를 받아 며칠은 버틸 수 있을 거 같았다. 해서 집에 와 아내에게 설명하고 2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공식 센터에 차를 맡기고 점검을 받았다. 목, 금은 아내가 오전에 일을 마치면 차를 받고 주말엔 아내가 일이 없으니 그냥 내가 바로 끌고 월요일인 3월 3일은 대체 공휴일로 일이 없으니 괜찮고 문제는 화요일인 3월 4일까지 밀리는 경우인데 그날은 영 안 되면 공유 자전거라도 타고 다니기로 했다.
조금 더 편한 방법은 택시를 타는 건데 택시비가 너무 아까웠고 그 뭐랄까 택시 기사들 특유의 무례함과 무심함을 느끼며 좁은 공간에 같이 있기가 싫었다. 렌트는 더 비싸기에 고려 대상이 아예 아니었다. 점검을 하는 동안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고객 휴게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점검이 오래 걸리는 건지 앞에 보던 차가 있는 건지 한참을 기다려도 연락이 없었다. 그 와중에 오전 일을 보고 아내가 데리러 왔다. 더 기다릴 수 없어 우선 센터를 떠났다. 어차피 빠르면 당일 늦어지면 내일 이야기해 준다고 한 상황이라 어디 있든 오는 연락을 받으면 그만이었다.
아내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유치원에서 받아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며 보고 있었다. 얼마 뒤 연락이 왔다. 믿는 종교도 없으면서 별 일이 아니기를 기도하며 받았다. 아 하하하하하하하, 언제나 항상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 다더니 발전기가 유착이 됐고 겉 벨트가 늘어났다고 그랬나? 그리고 겉 벨트 텐셔너도 문제라 모두 갈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 당장은 문제가 없나요 하는 마지막 기대를 담은 질문을 했더니 여지없이 네 뭐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차를 더 끄시려면 갈아야 합니다라는 정해진 답이 비수처럼 가슴으로 날아와 꽂혔다.
저 그... 그럼 정비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하는 정말 하기 싫은 질문을 했더니 네 그게 그러니까 270만 원 정도가 듭니다 하는 청천벽력 같은 대답이 뒤통수를 후려 쳤다. 아... 할 말을 일었다. 몇십만 원이면 그냥 그러려니 할 텐데 이거 뭐 거의 300만 원에 가까운 정비 비용을 당장 감당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 저 뭐냐 떨리는 목소리로 다른 방법이 좀 없을까요 하니 괜찮으시면 외부 업체 한 번 알아보라고 하기에 그럼 추천 좀 해주세요 하니 한 곳을 알려 줬다.
바로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니 공식 센터에서 쓰는 정품은 아니지만 애프터 제품으로 100만 원 정도면 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반값도 아니고 3분의 1 가격이었다. 공식 센터를 통해 정품으로 정비를 받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가격 차이가 너무 컸다. 해서 하루만 더 생각해 보고 결정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정말 진짜 여유만 있다면 300만 원이고 나발이고 간에 공식 센터에서 정비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다. 하루만 더 생각해 보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미 답은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 정해진 답을 스스로 인정하고 합리화하는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다음 날인 목요일에 전화를 해서 외부 업체에서 하겠노라고 결정을 했다. 자동차 보험 서비스 중에 정비 업체를 옮기는 경우에 직접 가지 않고 견인해 주는 서비스를 이용해 전화 한 통화로 공식 센터에서 외부 업체로 차를 옮겼다. 그렇게 목요일과 금요일을 지나 토요일에 정비는 마무리가 됐다. 토요일까지 아내 차를 끌고 일을 하러 다녔으며 토요일도 아내 차를 끌고 일을 마친 뒤 집에 들러 아내와 아이들을 태우고 차를 찾으러 갔다. 마침 토요일에 처가에서 저녁을 먹기로 해서 우리 집에 와서 딸아이와 같이 놀던 사촌 아이까지 모두 다 같이 움직이게 됐다.
정비 이용은 정확하게 1,020,600원이 나왔다. 자투리 돈은 깎아 주셔서 100만 원 결제를 했다. 그러고도 끝은 아니었다. 당장 문제였던 소음 부분은 해결이 됐지만 차를 조금 오래 끌다 보니 두서너 군데 문제가 더 있었다. 하지만 당장은 큰 문제가 아니니 나중에 이상이 있으면 다시 오라는 안내를 받고 차를 찾아 나왔다. 처가에서 저녁 모임에 축하할 일이 있어 케이크와 와인을 사러 가면서 차에게 부탁을 했다. 조금만 버텨 줘라. 추가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부분 추후에 늦지 않은 시기에 고쳐 줄게, 우리 앞으로 못해도 5년은 더 함께 해야지 하면서 부드럽게 액셀을 밟았다.
이야기하는늑대
살아 온 이야기, 살고 있는 이야기, 살아 갈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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