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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분갈이
이야기하는늑대25. 03. 14 · 읽음 154

 며칠 전 그러니까 지난주 토요일에 집에서 키우는 몬스테라, 다시 말해 꺼뭉이를 분갈이했다. 원래 계획은 겨울이 완전히 물러나고 완연한 봄내음이 풍기는 3월 말이나 4월 초에 분갈이를 하면서 동시에 겨우내 거실에 있었던 꺼뭉이를 베란다로 내놓기로 했다.

 

 지나가는 겨울 속에 며칠을 보내던 어느 날, 다시 잎 하나가 몸을 펼치기를 준비하는 게 보였다. 우와, 잎이 하나 더 나오다니! 더불어 이번 잎은 늘 뻗어 나오는 양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오는 잎이었다. 특별히 더 반가웠다. 그렇게 뻗어 나와 펼쳐지기를 기다리는 잎을 한참 바라보다 보니 화분이 작아 보였다. 그래! 더 기다릴 거 없이 지금 분갈이하자.

 

 다시 며칠을 보내고 다이소에 갈 일이 생겼다. 오호라, 오늘이구나 싶어 분갈이를 위한 물건을 샀다. 이전엔 다이소에 지금 화분보다 큰 화분이 마땅한 게 없어 동네 화원이나 쿠팡을 이용해 화분을 사야 되나 싶었는데 마침 적당한 크기의 보다 큰 화분을 발견했다. 화분과 더불어 화분 받침도 하나 챙겼다. 지금까지는 화분도 작았지만 화분 받침의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해 화분 밑에 쓰다 남은 이면지 몇 장을 받쳐 놓은 게 전부였다. 이제 화분이 커지는 만큼 주는 물의 양도 많아질 거 같아 더 이상 종이 쪼가리로 화분을 받쳐 놓기엔 무리가 있겠다 싶었다.

 

 지지대도 하나 샀다. 잎이 4장 정도 나왔을 때부턴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전체적으로 한쪽으로 과하게 기울어 이거 이러다 꺾이는 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었다. 해를 향해 몸을 굽히는 식물의 특성을 이용해 화분 돌리기로 적당히 상황을 수습하거나 화분에 올려 둔 토끼 피규어로 대충 지지했는데 점점 커지면서 아무래도 부담이 됐다. 세 대가 한 묶음인 적당한 길이의 지지대를 샀다. 더불어 오는 봄에 건물 앞 화단에 심을 꽃씨도 한 봉 샀다.(뭐였더라? 채송화를 샀나? 여하튼)

 

 다시 하루 이틀인가 더 보내고 토요일에 일을 마치고 들어 와 부랴부랴 분갈이를 시작했다. 더 미룰까 하다 다음 날인 일요일은 시간이 더 없고 월요일부터는 평일이라 왠지 하기 싫을 거 같고 해서 사고 치듯이 화분 등과 함께 사 온 배양토 봉투를 북 찢었다. 분갈이는 빠르게! 새 화분에 이전에 쓰고 남아 있던 배양토를 다 쏟아부었다. 화분의 반 정도가 채워졌다. 이제 기존의 화분에 있는 꺼뭉이를 뽑아낼 차례였다. 가장 힘들고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새로 사 온 화분의 직경이 기존 화분의 직경보다 충분히 커서 만약 기존 화분이 흙 속에서 녹는 재질이라면 화분채로 묻어 버리면 딱이겠다 하는 생각을 하며 사 온 지지대로 기존 화분의 테두리를 쑤시면서 꺼뭉이를 뽑아 들어 올릴 공간을 만들었다.

 

 여차저차 꺼뭉이를 뽑아내고 새 화분에 올리고 역시 새로 사 온 배양토를 이용해 남은 공간을 채워 나갔다. 옆에서 딸아이가 자기도 거들겠다고 달려들어 같이 분갈이를 했다. 배양토도 흙이라 그런지 흙을 만지는 기분이 싫지 않은 거 같았다. 아빠가 흙을 마저 채울 테니 꺼뭉이 좀 잡아 줘 했더니 생각보다 잘 잡아 줬다. 식물을 키우다 보면 한 가지 확실한 건 아이의 정서 함양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꺼뭉이라는 이름도 아이가 지어 줬고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겨우내 거실에 뒀을 때 꺼뭉이 다치면 안 되니 조심히 놀아했더니 꺼뭉이를 대하는 자세가 조심스러웠다. 실제로 겨울 동안 그렇게 천방지축 뛰어놀던 딸아이는 꺼뭉이를 한 번 실수로라도 건드린 적이 없다.(아! 한두 번 있었나? 아마 그때는 꺼뭉이 뭐 챙겨 준다고 건드리다 실수한 경우였던 걸로 기억한다.)

 

 여하튼 분갈이를 마무리하고 지지대를 꽂아 준 뒤 마지막으로 영양제를 줬다. 그렇게 정한 건 아니지만 하다 보니 분갈이를 하는 날 주로 영양제를 줬다. 뭐랄까 이사하는 날 먹는 짜장면 같은 느낌이랄까? 새 화분에서도 무럭무럭 자라 너의 정체성인 찢잎을 어서 보여 주려 무나. 이렇게 2025년 봄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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