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 하게 쓸 이야기가 없어 오늘을 쓴다. 사실 이 취지가 ‘오늘을 쓴다.’라는 취지와 맞기는 하다. 쓸 이야기가 없는 날, 그저 일기를 쓰는 그런 의도.
나는 작가다. 전업 작가는 아니고 다른 일을 하면서 글을 쓰는 작가다. 책은 아직 한 권도 내지 못한 작가다. 그럼에도 작가라 말할 수 있냐고? 책을 내고 안 내고가 중요한 게 아니고 글을 쓰고 있으니 작가다. 물론 요즘엔 글이 드럽게 쓰기 싫어서 사실 작가라는 말을 하기에도 민망하긴 하지만 뭐 여하튼...
아, 새삼스레 책을 내고 안 내고가 중요한 게 아닌 글을 쓰고 안 쓰고 가 중요한 거다. 뭐 이런 걸 피력하면서 작가의 근본적인 의미 등을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다. 그냥 쓸 이야기가 없어 되나 가나 주절거리는 중이다.
내가 쓰는 이야기는 주로 내 이야기다. 너무 당연한 걸 수도 있는데 사실 딱히 다른 무언가 쓸 만한 게 없기도 하다. 나 말고 다른 무언 갈 쓴단 말인가? 도대체. 내가 살아온 이야기, 내가 살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내가 살아갈 이야기를 쓸 뿐이다. 아니 정확히 그거 말고는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
가난했던 우리 집 이야기, 커피를 배우며 살았던 이야기. 백수로 지낸 이야기 그리고 지금 교육회사에서 일하는 이야기 등등등. 아, 일하는 이야기는 조금 조심스럽게 쓴다. 사실 딱히 조심하지는 않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선을 그었다고 해야 되나? 일과 관련한 직접적인 이야기는 쓰지 않는다. 다만 일을 하면서 내가 느낀 부분들을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과 생각이라는 관점에서만 쓴다. 그래서 그런 건지 회사에서 너 왜 일 안 하고 글 쓰냐고 핍박을 받은 적은 없다. 오히려 일과 관련한 목표 발표 등을 할 때 일은 이렇게 할 예정이고 개인적으로 글도 쓰고 있다고 대놓고 이야기한 적도 많다.
뭐 그건 그거고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떤 글을 어떻게 쓸 건지가 고민이 된다. 사실 고민이랄 것도 없는데 이유는 고민이란 게 영 글이 쓰기 싫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 글이 쓰기 싫다는 고민이면 큰 고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일상적으로 쓰기 싫어서 오히려 큰 고민이 아니다. 그럼에도 고민이 아닌 건 아니어서 또 고민이다. 뭐라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오늘 일기는 여기서 마쳐야겠다.
이야기하는늑대
살아 온 이야기, 살고 있는 이야기, 살아 갈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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