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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코스 8주 차
이야기하는늑대25. 05. 30 · 읽음 235

 8주 차 교육을 준비하는 과정은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교육을 받는 입장에서 사실 준비할 건 거의 없다. 다만 매주 발표 과제가 있어 그 부분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번 주 발표 과제의 주제는 감동을 받은 상황 혹은 그런 감동을 준 사람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았고 그 어떤 발표보다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거 같았고 7주 동안 꾸준히 발표를 준비하면서 알게 모르게 발표 자체에 대한 연습도 많이 해서 더더욱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감동을 주제로 발표할 내용은 사실 정해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다른 상황이나 누군가를 특별히 떠올릴 필요도 없었다. 바로 가족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가족은 누굴 이야기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아내와 딸이다. 아내와 딸 이전의 가족도 있지만 이번 발표엔 아내와 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내와 딸 이전의 가족도 당연히 너무나도 감사하고 감동을 주는 존재들이지만 내가 일구어 가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던 나에게 진짜 많은 걸 안겨 준 아내와 딸이다. 아내를 만나기 전 삶을 반 정도 포기했었다. 포기라는 단어가 다소 무거워 당시의 삶이 어마무시하게 안 좋았던 걸로 인식될 수도 있으나 쓸 만한 단어가 포기라는 단어 밖에 없어 썼을 뿐이지 그냥저냥 살만은 했다.

 

 

 30대 중반의 백수였지만 괜찮았다. 이렇다 할 기술도 없었지만 괜찮았다. 모아 둔 돈도 딱히 없었지만 역시 괜찮았다. 앞날이 막막했지만 내 한 입 풀칠은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괜찮았다. 나름 잘난 아들이라고 평생을 생각하고 살아온 엄마한테 다소 미안하긴 했지만 그 역시 그냥저냥 웃어넘기며 괜찮다고 하며 살 수 있을 거 같았다. 가끔 공허하고 자괴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그 역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니 괜찮았다. 아니 괜찮아야만 했다. 안 괜찮으면 어쩔 건가, 죽기라도 할 건가? 그럴 순 없었기 때문에 괜찮아야 했고 괜찮았다.

 

 

 그러다 아내를 만났다. 이쯤 되면 삶을 포기했다기보다는 적당히 대충 살고 있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거 같다. 그래서 그랬는지 이전에 여자들을 만났을 때와 그 마음가짐이 다소 달랐다. 아내는 싫어하는 이야기지만 잘 보이려고 애를 쓰지 않았다. 이건 아내를 무시하거나 뭐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뭐랄까 딱히 가진 거 없는 내가 잘 보이려고 애쓰는 자체가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거 같았다. 그래서 그냥 마음을 놓고 좋은 사람이니 좋은 관계 만들어 가자 이런 생각으로 만난 거 같다. 그렇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지 않았고 만나는 동안에도 특별히 결혼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는 곳이 아니다. 여기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내가 생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이야기고 그 방향은 부정적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아내와의 관계는 생각하지 않은 방향, 그중에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 어느 날 아버님께서 한 번 보자고 하셔서 한 번 만나 뵙고 인사를 드리며 밥을 한 끼 먹었는데 이후로 일사천리라는 단어의 뜻을 확인이라도 하듯이 결혼이 진행됐다. 좋았다.

 

 

 좋은 정도가 아니었다. 믿어지지 않는 꿈만 같은 그런 상황, 마음의 연속이었다. 이게 진짜인가? 이런 호사가 나에게 주어지는 게 맞는 건가? 불과 1,2년 전만에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원래 이렇게 될 거였던 것처럼 일이 죽죽 진행됐다. 돌아보니 결혼식을 하고 있었고 신혼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그렇게 7년이 지났다. 신혼집을 장만하고 그 집에서 6년을 살다 두 번째 집으로 이사를 하고 아주 어여쁜 딸아이도 낳아 키우고 있다. 아빠하고 달려드는 예쁘고 귀여운 아이가 내 딸아이라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

 

 

 딸아이 이름이 ‘별’이다. 딸이 간혹 물어본다. 자기는 어디에서 왔냐고? 그럼 대답해 준다. 엄마배 속에서 왔다고. 그럼 또 물어본다. 그전엔 어디에 있었냐고. 다시 답을 해 준다. 엄마 아빠가 사랑하기 전에 우리 별이도 저기 하늘에 있었다고. 밤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 중에 하나였는데 엄마 아빠가 사랑해서 엄마배 속으로 쏙 들어왔다고. 정말 꿈같은 이야기인데 그런 꿈같은 이야기가 눈앞에 매일 펼쳐지고 있다. 매일매일이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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