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중에 휴가를 다녀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서울과 강릉을 다녀왔다. 첫 2박 3일은 서울 그리고 이어 2박 3일은 강릉을 다녀왔다. 그러니까 월화수를 서울에서 수목금을 강릉에서 보냈다. 사는 곳이 청주다 보니 서울에서 다시 청주로 왔다가 강릉을 가는 게 영 비효율적이었다. 그렇게 움직였다면 수요일 하루는 그야말로 이동하다 끝났을 것이다.
첫 목적지는 아이도 있고 해서 놀이동산인 롯데월드였다. 생각해 보니 나도 학창 시절 이후로 롯데월드는 처음이었다. 첫날은 그렇게 하루 종일 롯데월드에서 보냈다. 다음 날은 원래 휴가 때 가려고 했는데 요즘 더 핫한 ‘국중박’을 갔다. 그렇다.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지금껏 살면서 박물관을 엄청나게 많이 다닌 건 아니지만 박물관에 그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 본 거 같다. 저녁엔 청계천에 갔다. 중간중간 먹고 싶었던 칼국수와 햄버거도 사 먹었다.
수요일엔 서울 숙소에서 나오면서 바로 강릉으로 출발했다. 서울에서 강릉으로 가는 길도 가깝지는 않아 바로 가야 저녁 전에 바닷가에 발이라도 담글 수 있을 거 같았다. 강릉에 도착해 짐을 풀고 조금 쉬다가 바닷가로 나갔다. 사실 2년 전에 왔던 곳이다. 2년 전에 만으로 2살인 아이에게 모래사장과 바다를 경험하게 해 주고 싶어 왔던 곳인데 당시엔 아이가 아직 그 넓고 넓은 모래사장과 바다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는지 아빠 몸에서 떨어지질 않아 발도 못 담갔었다.
시간은 흘렀고 흐른 시간만큼 아이도 자랐고 자란 만큼 세상을 받아들일 마음도 커진 아이는 모래사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모래놀이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찰싹찰싹 처 올라오는 파도는 무서웠는지 물에 발을 담그는 건 두려워했다. 이번에도 바다를 경험하는 건 틀렸구나 싶어 아이가 모래놀이 하는 걸 보면서 난 바다에 몸을 담갔다. 그런데 놀랍게 아빠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이도 조금씩 물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아직 많이 무서워했지만 두려워하는 행동 속에 재미있어하는 반짝이는 눈빛을 볼 수 있었다.
바다에 왔으니 회도 먹고 강릉에서 유명하다는 것도 한 두어 개 사 먹고 아이가 있어 강릉까지 와서 ‘키카’를 가고 바다에 또 나가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떠나는 날인 금요일에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아이는 내내 집에 가는 게 아쉽다고 안 가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바다가 재미있었나 보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강릉 여행의 의미는 있었다. 다음 바다 여행은 조금 더 스펙터클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 봤다.
월요일 아침 10시 정도에 서울로 출발해 강릉에서 시간을 보낸 뒤 금요일 밤 10시 정도에 집에 도착했다. 600여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운전한 거 같다. 5일 간 여행하는 동안에 600여 킬로미터면 그렇게 많은 거리를 이동한 건 아닌 거 같기도 한데 나이가 들어 그런지 그 여파가 꽤 컸다. 오늘 토요일 하루 종일 몸살에 걸려 골골거리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흰머리와 주름이 느는 건 딱히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다만, 면역력이나 회복력 등이 예전만 못한 게 참 아쉽다. 흰머리나 주름이 느는 것만큼 당연한 이치인데 영...
이야기하는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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