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도 품격이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누구든지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다. 우리 동네에는 내가 자주 가는 책방이 있다. 책방에는 많은 책이 있다. 1만 원, 3만 원, 5만 원, 10만 원 가격이 매겨져 있다. 안 팔리면 무료로 주기도 한다. 내가 공들여 쓴 글이 가격표가 붙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가격이 없을 수도 있다. 팔리든 안 팔리든 글들이 올라온다. 곧 가격이 매겨지겠지만 안 팔려도 대부분은 신경도 안 쓴다. 누군가에게 내 글이 읽어지는 자체로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다. 잘 쓰는 게, 팔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왕 쓰는 거 인정받고 싶고 평가받고 싶기도 하다. 댓글에 상처받는 글만 아니면 계속 써 내려갈 수 있다. 글의 문단 구성은 내게는 사치고, 맞춤법, 띄어쓰기, 등은 언제든지 무시할 수 있다. 오자, 탈자는 애교스럽기만 하다. 내 글이 교정 없이 발행되는 것을 즐긴다. 하루에도 맘만 먹으면 대여섯 편은 너끈히 쓸 수도 있다. 일반인이 글을 쓴다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어느 날 친구들끼리 주고받던 문자가 글이 되고, 좀 더 긴 문장의 글이 블로그를 통해서 올라온다. 자신의 현재 감정을 배출해야 하는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부분 자기가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하면서 자기만의 유리 진열장에 두고 싶은 것이다. 이제 작가로 인정받으려고도 한다. 절차가 그렇다. 수줍게 써 내려갔던 첫 글은 어느새 자신감이 붙어 연륜 있는 글처럼 가득하다. 그런데 하나가 빠졌다. 그런글에서는 무슨 이유인지 향기가 나지를 않는다. 글을 쓰고 싶다면 지금처럼 쓰면 된다. 글을 잘 쓰려면 지금처럼 쓰면 곤란하다. 글에도 품격이 있기 때문이다.
cooajusee
아주 작은 집에서 작은 정원을 가꾸며 살 겁니다. 그것은 꿈이 아니고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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