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뭘해요, 적응해야죠
콘텐츠도 그렇고 기획자도 그렇고, 크리에이티브한 단어란 단어는 다 붙은 직업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업무 능력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입사한 날부터 톡톡 튈 수는 없다. 뭘 알아야 톡톡 튈 것 아닌가. 이직을 했으면 그 회사를 알아야 한다. 얌전히 관찰하고 또 관찰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이전 직장에서 쌓아 온 노하우는 남기되 업무 습관은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단어 모으기
관찰의 첫 단계다. 같은 한국말이지만 회사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 꾸준히 콘텐츠 판에서 일했지만 같은 업계더라도 주고받는 말이 다르더라. 아이데이션, 디벨롭이란 용어를 자주 사용하는 곳이 있고, 딜링, 릴리즈란 말을 쓰는 회사도 있다. 마치 사투리처럼 저마다 통하는 말이 있는 것이다. 말이 통해야 일이든 뭐든 할 수가 있다. 쓰다보니... 같은 영어지만 회사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고 하는 게 맞겠군.
취향 바꾸기
회사의 언어에 적응했으면 회사가 상대하는 고객에 맞게 취향을 바꿔준다. 내가 기획하는 콘텐츠의 시청자이기 때문이다. 보는 사람이 있어야 콘텐츠를 만들 때 신난다. 고객이 바뀔 때마다 취향을 바꿔주는 것이 중요하다. 온전한 나의 취향을 향유하는 것도 좋지만 콘텐츠 기획자로 살아가려면 다양한 종류의 취향을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 취향저격할 콘텐츠를 만들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왕 일하는 거, "아 진짜 이거 싫어!"보다는 "오, 이런 것도 있어?"하는 마음으로 하면 하루가 더 만족스럽다.
아등바등하지 말고 웃기^_____^
웃어요~ 웃어봐요~ 이 노래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뭐에 쫓기는 것처럼 아등바등 회사를 다니면 진이 빠진다. 때가 되면 회사의 언어에 적응할 것이고, 고객의 취향을 받아들이게 된다. 당장 오늘부터 완벽하게 적응하고 취향도 싹 다 바꿔버릴거야! 라고 다짐한들 안 된다. 나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다. 이전 직장의 고객은 1020이었고, 지금 직장의 고객은 304050이다. 하이퍼리얼리즘의 숏폼 콘텐츠를 만들다가 하이엔드 방송을 만들게 됐다. 가뜩이나 시간이 필요한데 고객층이 달라지면서 공부가 더 필요하게 됐다. 잘 됐다. 고급 취향을 엿보려면 전시만 한 게 없다. 하리보 100주년 기념 전시회를 예약했다. 처음부터 너무 내 취향과 동떨어지면 평생 전시를 안 보게 될까 봐... 개인 취향 한 방울 섞었어요...
이하하하연
회사 다니고 싶은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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