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모아 태산‘ 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모이고 모이면 나중에 큰 덩어리가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어렸을 적 처음으로 돼지 저금통에 10원, 100원 짜리를 모으면서 들었던 말이다. 나이를 먹고 돈을 벌면서는 정말이지 믿음이 안 가는 말이 되었다. 티끌 모아 티끌이라고 왜 이렇게 계속 티끌인지, 아무리 모아도 태산이 되진 않을거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뻔해서 언젠가부터 이 속담은 속쓰린 우스게소리가 되어버렸다.
얼마 전에 봄맞이 첫 등산을 다녀왔다. 등산배낭을 메고 올랐는데 왜 이리 무거운지 어깨가 뭉쳐서 며칠 고생했다. 배낭에 별로 넣은 것도 없는데 왜 그렇게 무거운건지 이해가 되질 않아서 하산하면서 투덜투덜 거렸는데, 함께 갔던 사람이이렇게 말했다.
원래 하나씩은 가벼운 것들이 모이면 무겁게 느껴지는 거야.
가방에는 휴지, 물티슈, 작은 물병, 핸드크림 같은 것들밖에 없었는데 그런 작은 것들이 모여서 어깨를 짓눌르더니 근육통을 만들었다. 그 말을 들으니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이럴 때 적용되는 건가 싶었다.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되는 것이나, 나비의 날개짓이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가 진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부정적인 것들은 티끌이 모이는 속도가 더 빠르고, 더 여린 나비의 날개짓에도 그 효과가 더 크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고, 더딜지라도 결국엔 긍정적인 것들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을 것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에 비해 나를 좋게 해주는 것들이 더욱 불편할 뿐이다. 하지만 편하다고 느끼며 나를 좋지 않은 방향으로 이끈 작은 시간과 습관들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는 한 번에, 빠르게 해결되지 않는다. 몇 달, 어쩌면 몇 년씩 나를 괴롭힌다. 반대로 매일 조금씩 좋은 시간과 습관이 쌓이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이 결과는 그냥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노력이 없어지면 다시 반대의 결과로 변해간다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어느 날은 밤 늦게 친구들과 술을 마시기도 하고, 운동을 빼먹고 침대에 눕기도 하며, 그 어떤 생산적인 일도 하기 싫어 게을러지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갑자기 나쁜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그러니 나를 너무 미워할 필요없다. 반대로 내가 하루 운동을 열심히 하고, 무언갈 열심히 해냈다고 해서 갑자기 좋은 결과가 나오지도 않는다. 어쩌면 티끌 모아 태산은 일희일비 하지 말라는 말과 일맥상통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이번 한 해는 티끌을 모아 태산을 만들어보겠다고. 그 과정 중에 일희일비하며 나에게 메몰차게 굴지는 않겠다고.
soboro
사진과 글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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