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어떤 길이던 가면 잃어버리면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다.
어떤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도보로 걸어도 심지어 자가용을 이용해도 높은 확률로 다른 길로 가는 재능이었다.
늘 가는 장소에서도 간혹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는 데, 대게는 왠지 다른 길도 있을 것 같다고는 호기심이고, 때로는 타이밍을 놓쳐서이기도 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물론 혼자 차로 가본 건 처음이었지만, 그래도 늘 가족들과 함께 다니던 길이었고 뿐만 아니라 버스 타고서도 다녀 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분명 네비를 따라서 왔다고 생각했는 데, 반대로 길을 가고 있었다.
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돌아가는 방법을 몰랐다.
어쩔 수 없이 네비가 가라는 곳으로 가야 했는 데, 아마도 네비는 원래 내가 가던 길이 아닌 도착지를 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아낸 모양이었다.
긴장되긴 했지만 마음을 편히 먹었다.
자주 길을 잃어 본 사람의 특권인데, 어떻게든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는 있다는 믿음이 있다.
길은 굽이 굽이 돌아 한적한 시골길로 날 안내했다.
사람 한 명 지나다니지 않았는 데, 푸른 나무들이 길게 뻗어 있고 그 틈으로 햇빛이 비추는 멋진 길이었다.
아마도 내가 길을 잃지 않았으면 난 오늘도 늘 같은 길을 갔을 거다.
하지만 길을 잃어버렸고, 난 특별한 하루를 맞이할 수 있었다.
결국 내 인생도 똑같은 것 같다.
모두가 항상 길을 잘 찾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내 인생 망한 것도 아니고, 또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어떨 때는 다시 돌아와야 할 지도 모르지만 난 그 길을 가면서 얻었던 경험을 가지게 된거다.
길이야 뭐, 다시 찾으면 되니까.
잃어버린 길에서 멈춰있는 것보다는 어디로 가든 일단 한번 직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는 자기 위안일 수 있지만 그래도 한번 가보련다. 새로운 길!
잃어버리면 뭐 어때! 그길도 결국 내 길인 데!
리썬
게으름이 취미, 누워있는 게 특기, 숨쉬기가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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