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마리를 심었으나 한 달이 넘도록 새싹이 나오지 않았다.
주말 오전,
약속의 공백이 생겨 다이소 구경 중 로즈마리 화분 세트를 구매했다.
초등학생 때, 페트병을 잘라서 로즈마리를 키우던 기억이 떠오름과 동시에 차로 마시고 싶다는 충동적인 욕구로 시작된 식물 키우기.
집에 도착하자마자 작은 화분에 씨앗을 심고 흠뻑 물을 뿌려주었다.
'로마'
이제부터 내 식물 메이트의 이름이다.
눈 뜨자마자 로마의 상태를 확인한 후 칭찬 한마디, 퇴근 후엔 취짐 전 응원의 한마디를 속삭였다. 주말에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공부하였고, 2시간 간격으로 햇볕을 쬐어주기위해 로마의 화분을 이동시키며 '로마의 발아를 응원'했다.
이러한 나의 노력과 응원이 나은 결과가 나타났다.
화분에 곰팡이가 발아했다.
흙 위 군데군데 피어오른 하얀 곰팡이와 흙에서 나는 요상한 냄새가 내 시야와 후각을 강타시켰다.
'이건 잘못됐어, 단단히 잘못되었어!'
이런 결과물을 원한 나의 노력과 응원이 아니다. 이건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 한동안 곰팡이를 바라보던 나는 이윽고 누구에게 향한 것인지 모를 무언의 허탈함과 이루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이 밀려 들어왔다.
나는 화분을 내려놓고, 로마를 잊으기 위한듯 본래 내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곰팡이 화분은 그대로 무관심 속에 방치되었다. 나는 점점 바빠지는 회사 업무와 취미활동을 하게 되면서 '로마'의 존재는 머릿속에 사라지게 되었고, 2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오랫만에 방 청소를 하기위해 환기를 시킬 겸 창가로 다가가다 문득 '로마'를 발견했다.
'지금쯤이면 딱 버리기 좋은 상태겠지?'
그늘진 화분 속 안, 흰 곰팡이가 가득한 곳에서 날 비웃기라도 하듯 연두색 싹이 우뚝 솟아올라 있다. 이런 무관심과 방치 속에서 2개의 씨앗이 썩은 흙과 곰팡이를 뚫고 흙을 들어 올린채 자라나 있다. 발아에 성공했다.
벙찐 표정과 반대되게 흥분이 솟아올랐다.
'이 발아를 나 혼자 볼 수는 없지!'
퇴근한 가족들이 올 때마다 나는 화분 상태도 잊고 흰 곰팡이 속 돋아난 로마를 자랑하였다.
참 아이러니하다. 그렇게 넘쳐나는 애정과 사랑을 받았을 때는 발아 기간이 넘도록 자라지 않았건만, 정작 포기를 하고 관심을 끄게 되었더니 새싹이 돋아나지 않았던가.
몇 달 전 회사에 신입이 입사했다. 내가 선임이기에 신입에게 기초부터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이제는 신입이 아닌 어엿한 사원이 되었고, 단둘이서 함께 사적으로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무르익어가는 분위기 속 술기운에 발그레한 볼을 가진 사원은 입술을 우물거리다 조심스럽게 꺼냈다.
'사실 친절히 가르쳐주시고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했지만, 가끔 그 응원에 못 미칠것 같다는 생각과 실제 제 행동들을 보여드릴때마다 너무 힘들었어요.'
그 날 유난히 그 말만 또렷이 기억난다.
도라
생각만으로 노력하는 게 제일 쉬웠습니다. 이제 실천을 하려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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