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대나무 숲 양조장집
예프23. 02. 24 · 읽음 153

선물을 받았다. 작은 상자를 열어보니 소박한 참새 장식물이 들어 있다.
포동포동 동글동글하고 등에 붉은 끈이 달려 있다.

흙을 구워 만든 참새모양의 방울

 

천천히 흔드니 
딸랑. 딸랑.

 

부드럽고 포근한 소리였다. 

듣고 있으면 몸도 마음도 둥글둥글해지는 기분이 든다.

 

<대나무 숲 양조장집>을 읽다가 만난 장면인데
이 장면을 보다보니 어릴적, 주변이 온통 ‘새’로 가득찬 가정집에서
그림을 배운 기억이 떠오른다.

 

온갖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얼마나 좋던지..

 

절로 마음이 위로가 되고 몽글해져서
열심히 그림을 배우러 갔던 것 같다.

 

선물을 준 사람은 긴카의 아빠.
어디 갔다오면 항상 딸을 위해
선물을 사온다.

 

<대나무 숲 양조장집>을 읽으며 느낀 건
소설이지만 자연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야기의 골자는 흡사 위화의 ‘인생’이 생각나게 하지만

군데군데 등장하는 자연에 대한 언급에 잠시 머리를 식히는 느낌이다.

 

긴카의 아빠 눈에는 긴카는 반딧불 같다.
                                                                                                                                                                                                                                                                                                                                                                

확 빛났다가 어두워졌다가 또 확 빛이 나지. 웃었는가 싶으면 풀이 죽고 또 환하게 웃는 것이
긴카, 너와 꼭 닮았단다. (128p)

 

그림 그리는 것이 취미인 긴카 아빠는 <폴류시카 폴레>라는 음악을 듣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이 곡을 들을 때면 러시아 초원이 생각난다는 긴카의 아빠. '넓디넓은 초원에 아무도 없이 혼자만 있고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끝없이 펼쳐진 풀과 하늘과 구름뿐이다. 새도 없고 짐승도 없는 살아 있는 것은 오직 자신뿐인 이 곳에 이젤을 세우고 캔버스를 놓고 그림을 그린단다. 혼자 오래도록 그림을 그리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는 긴카의 아빠에게서 잊고 있었던 내 인생에서 가장 유유자적했던 시절이 기억이 난다.

 

재수시절, 어느 아파트 단지 안에 있던 독서실에서 공부하던 시절이다. 
책상 정면에는 윤동주 시인이 나온 대학에 반드시 가겠다는 문구를 써놓고
왼쪽에는 도스토예프스키 책들을 쌓아놓고 공부하는 틈틈히 읽던 기억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구름을 구경하곤 했다.
파란 하늘에 뭉게뭉게 구름은 얼마나 희던지..
지금은 미세먼지 때문에 기대하기 힘든 장면을 그때 보았다. 

 

책을 읽다보면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이번 책은 행복했던 순간을 끄집어내 주었다.

 

2
예프
팔로워

사람을 좋아하고 책,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

댓글 2
  • 작성순
  • 최신순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0/200

전체 스토리

    이런 글은 어떠세요? 👀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