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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어
행쪽이22. 09. 20 · 읽음 499

줄곧 가족들의 사랑과 걱정 어린 눈빛을 한 몸에 받으며 자란 나는 온실 속 화초와 같은 유년기를 보냈다. 그 덕에 혹은 그러한 이유로 인해 성인이 되기까지 어른 없이는 여행을 떠나본 경험이 없었다. 대학에 들어와서도 이 모든 건 여전했지만, 처음으로 공모전 영상 촬영을 위해 동기들과 경기도 화성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던 적이 있다. 몇 년 전 당시의 여행을 되새길 때면 이런 대사가 가장 먼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하얀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어”

 

지극히 낭만적인 이 문장은 2009년도를 뜨겁게 달궜던 화제의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명대사이다. 요트를 타는 장면에서 했던 대사인데 당연히 극 중에서 일명 ‘지후 선배’로 불리던 윤지후 역의 설정 자체가 다정한 말과 아련한 눈빛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살살 녹이던 인물이라 요트 타는 것조차 그답게 표현한 말이겠거니 생각했었다.

 

 

친구들과 요트를 타고는 깨달았다. 지후 선배가 옳았다고. 안전을 위해 구명조끼를 입고 출발할 당시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선선한 바람이 기분을 들뜨게 하고 일렁이는 파도가 나의 마음마저 요동치게 할 줄은 몰랐다. 그 설렘은 우리를 명작으로 불리는 <타이타닉>을 잘 모르는 세대임에도 타이타닉 포즈까지 따라 하게 만들었다. 망망대해는 누군가에게 홀로 고립된 느낌을 줄지 모르지만, 그날의 우리는 정말 이 하얀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꿈만 같은 낭만을 느꼈다. 현실적으로 어디든 갈 수 없다고 한들 그날의 포근한 햇볕과 시원한 바다 내음이 상쾌했던 건 사실이니 우리는 그 순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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