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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먹고 득근득근~ 근육질 비건이 될 거야!
추희자두23. 03. 19 · 읽음 199

내게 근육은 잡을 수 없는 별 같은 존재였다. 당연히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주로 수영,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했다. 선천적으로 뼈가 얇고 관절이 약한 내게 허락된 근력 운동은 저강도의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요가뿐이었다.

 

게다가 나는 비건지향식을 했기 때문에 쉽게 근육량을 늘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얼굴만한 팔뚝, 쩍 벌어진 어깨, 터질 것 같은 허벅지, 조각 같은 식스팩…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 출연자들의 몸매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동물성 식품이 연상됐다. 삼시세끼 소고기, 닭가슴살, 생선, 달걀, 프로틴쉐이크 등을 먹은 자에게만 허락된 몸 같았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 포스터

 

하지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는 그런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더 게임 체인저스>는 세계적인 비건 스포츠 선수들을 찾아다니며 채식만으로 훌륭한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다큐멘터리다. 심지어 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전문가와 운동선수들은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사람보다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사람이 근력 향상에 더 유리하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친다.

 

많은 사람이 소, 닭, 돼지고기를 먹어야 힘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풀만 먹는 황소가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듯 운동할 때 쓰는 힘은 단백질이 아닌 탄수화물에서 나온다. 오히려 동물성 식품은 염증을 유발해 동맥의 혈류를 감소시키고 회복을 더디게 만든다. 지금껏 근육을 키우기 위해선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단백질 신화'에 사로잡혀있었던 것이다. 근육의 성장은 단백질을 얼마나 먹느냐가 아니라 운동의 부하가 얼마나 센가에 달려 있는데도 말이다.

 

그날 곧바로 동네에 있는 크로스핏 박스(크로스핏에서는 체육관을 'Gym'이라고 하지 않고 'Box'라고 부른다)를 찾아가 일일 체험을 했다. 초심자니 봐줄 것이라는 생각은 크나큰 오산이었다. 코치가 짜 준 오늘의 운동, 와드(WOD : Workout Of the Day)를 수행해야 했다. 팔굽혀 펴기 1개도 제대로 못 하는 나에게 주어진 와드는 팔굽혀펴기 100개였다. 그뿐만 아니라 줄넘기 150개, 스쿼트 100개, 30kg 공 들고 전력 질주 등도 포함돼 있었다.

 

완두콩으로 만든 대체유. 주로 운동 후에 한 잔씩 마신다.

 

자세를 변형시키고, 개수 할인(?)받아서 어찌어찌해내긴 해냈다. 그런데 그다음 날이 문제였다. 팔을 들지 못해 옷을 입지 못하고, 허벅지가 아파 계단을 내려가지 못하는 등 내 인생 최고의 근육통에 시달렸다. 무려 일주일 동안이나! 돈 내고 벌 받은 같은 기분이 들어 이쪽은 다신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씩씩거리며 박스를 나섰지만, 어느샌가 크로스핏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근육이 찢어질 듯한 고통 뒤에 찾아오는 한 층 더 강해진 느낌에 온몸 짜릿했다. 8kg인 반려견을 번쩍 들어 올릴 때도 예전보다 가뿐했다. (고작 1일 운동한 것이 전부라 100% 기분 탓이었겠지만…) 결국 나는 다시 크로스핏 박스에 다시 찾아가 3개월을 등록했다. 코치들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많이 힘들어 보이셨는데 다시 오셨네요" 

 

"운동도 중요하지만 먹는 것도 중요해" 크로스핏 4년 차인 친구는 근육을 키우고 싶다는 나에게 이런 조언을 해줬다. 앞으로 동물성 식품, 가공식품, 설탕, 기름을 최소화한 건강한 음식을 먹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채식을 하면 나의 건강뿐만 아니라 지구의 미래에도 좋다. 1+1이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100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고 인간이 된 곰처럼 콩과 현미만 먹고도 근육 빵빵 비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

 

앞으로 득근 길만 걷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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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희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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