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PICK
귤나무의 해거리
북캉스23. 03. 28 · 읽음 735

 내가 사는 곳에서는 귤이 노지월동을 못하기때문에 기온이 낮아지면 귤부터 집안으로 들여놓는다. 겨우내 집안에서 답답했을 귤나무이건만 작년의 해거리를 잘 마치고 올해는 고맙게도 꽃을 선물해주었다. 새콤한 맛과 다르게 꽃의 향기는 달콤함이 아주 진하다. 화분에 키우는 작은 귤나무이지만 옆에만 가더라도 귤꽃 향기가 진동을 한다. 3월 중순에 유난히도 따뜻했던 햇살때문이었는지 집안 창가에 놓은 귤나무의 개화 시기가 좀 일러서 열매 맺고 성장하는데 영향은 없을지 계속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쨌든 해거리를 잘 마쳐서 다행이다. 이 귤나무는 제작년에 많은 귤을 키워내고 작년에 몸살을 심하게 알았다. 해거리였다. 해거리 중인 귤나무는 꽃을 아예 피우지 않거나 피우더라도 아주 적게 피워내고 열매가 맺혀도 크기가 크고 맛이 좀 덜하다. 사람이 휴가를 가고 쉼을 갖듯이 귤도 한 해 걸러 휴식기를 갖는 것이다. 그래서 감귤 농가에서는 귤나무의 해거리를 줄이기 위해 2월에서 3월에 가지치기(전정) 작업을 해준다. 필요없는 곳에 힘을 쏟지 않도록 가지를 선별하여 잘라준다. 나무 안쪽까지도 햇빛이 잘 들어가도록, 공간을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가지를 쳐준다. 전정을 통해 해거리없이 매년 적당한 양의 과일을 얻고 귤의 품질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사실 털어놓자면, 내가 키우는 귤나무가 작년에 해거리에 들기도 했고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올해도 꽃을 보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집안에 들여놓고 월동은 해줬지만 좀 포기한 상황이었다. 옆의 화분들에 물을 주면서 곁다리로 물만 조금씩 주며 정성을 쏟지도 않았는데 꽃을 피워내다니, 그 꽃을 보고 얼마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모른다. 꽃은 이미 폈고 전정 시기는 놓쳤으니 꽃을 좀 솎아주어야겠다. 그리고 더 큰 화분으로 옮겨주고 영양제를 좀 먹여야겠다. 그래야 새순이 나오고 광합성이 활발해져 열매가 성장하고 튼튼한 뿌리를 내리는 에너지를 비축할 것이다. 

 

 식물은 많이 키우지만, 식집사는 아니었다. 봄이 찾아올 즈음 겨우 비료 좀 주고, 물 주기도 잊을 때가 많고, 추우면 월동 정도 시켜주는 것이 다였다. 식물마다 다른 방법으로 키워야 하는 것도 귀찮아 모든 식물을 알아서 크도록 야생적으로 키웠다. 그런데 반은 포기하고 있던 귤나무에 활력이 도니 식물을 대하는, 자연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좀 달라진다. 말은 못하지만, 마음을 좀 나누게 된달까. 그저 꽃이 예쁘다, 과일이 맛있다가 아니라 같은 엄마의 마음이 느껴진다. 꽃이든, 열매든, 새순이든 키워내느라 얼마나 힘들까. 내가 식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식물이 나를 키운다. 

 

 

 

 

 

 

 

 

 

7
북캉스
팔로워

일상다반사, 일상을 쓰다.

댓글 7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전체 스토리

    이런 글은 어떠세요? 👀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