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를 거닐다 우연히 '우리는 초록 분위기를 사랑해'라는 전시회 포스터를 보고 낯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식물에서 영감을 받은 여러 작품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나는 아주 색다른 경험을 했다. 바로 '식물 산책'이다.
전시회 한쪽에는 보라색 화분 여러 개가 놓여 있었다. 옆에는 아기자기한 산책길과 유모차처럼 식물을 끌고 다닐 수 있는 장비도 있었다. 벽에는 'Take a walk with plants. 화분과 함께 산책길을 걸어보세요'라고 적혀있었다.

식물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사람이나 개처럼 다리도 없다. 그런데 식물과 함께 걸으라니... 강아지도 아니고 식물과 산책해보라는 엉뚱한 제안에 퍽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식물은 산책길에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지 함께 '걷는 것'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반려식물'이라는 말을 쓰는 요즘, 같이 걷는 것쯤이야 별것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한 번 해보자!
나는 조심스럽게 화분을 들고 산책로를 걸었다. 그런데 우리 강아지와 산책할 때와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강아지가 혹여 덥거나 추운 건 않은지, 배고프거나 목마른 건 아닌지, 지치거나 힘든 건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내 품에 있는 식물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었다.

반려자이건, 반려동물이건, 반려식물이건 반려 대상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건 '교감'이다. 서로 감정을 나누지 않고 서로 의지하지 않는 사이는 짝이라고 할 수 없을 테니까. 그런데 왜 나는 식물에게는 마음이 없다고 생각했을까?
인권에서 동물권, 그리고 식물권까지 사고가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식물도 인간, 비인간동물과 동등한 생명체다. 그러므로 식물에게도 산책이 필요하다. 불현듯 내 방에 홀로 있을 반려식물에게 미안해졌다. 어서 집에 돌아가서 창문을 활짝 열고 자리를 옮겨 줄게. 네가 좋아하는 햇볕과 공기 바람을 마음껏 누리렴.
추희자두
과일 먹을 때 제일 행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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