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PICK
삼동파를 키우고 있습니다.
북캉스23. 05. 24 · 읽음 2,176

 우리나라 음식에 빠질 수 없는 식재료 중 하나, 파가 있지요. 음식의 마무리 단계에 넣어 맵기를 더하고 향을 내는 향신채소 용도로 많이 사용합니다. 그리고 초록색인 파를 음식 위에 올리면 더 먹음직스럽게 보이기도 하고요. 굳이 넣지 않아도 음식 맛에 큰 영향은 없지만, 빼놓으면 뭔가 아쉬운 게 파 같아요. 다른 음식의 맛을 해치지 않는 은은한 향이 아주 매력적인 식재료라 생각됩니다.

 

 한동안 파 값이 비쌀 때,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파를 키워 먹는 '파테크' 바람이 분 적이 있었지요. 저는 옥상 공간이 있어 그곳에 대파를 심어놓고 필요할 때 잘라 먹고는 했기에 파테크 대열에 의도치 않게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겨울에도 신문지에 돌돌 말아놓은 파를 겨우내 조금씩 잘라먹었고요. 

 

 지난 4월 초, 귀엽고 신기한 파를 옥상텃밭에 심었습니다. 작년에도 키워보고 싶었지만, 항상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올 봄까지 기다렸습니다. 이틀만에 받아 본 파의 첫모습은 귀여웠습니다. 시중의 대파보다 좀 아담하거든요. 

 그 파의 이름이 삼동파입니다. 겨울의 석 달동안에도 죽지 않고 잘 큰다고 하여 삼동파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혹은 이층파·삼층파, 층층파라고도 합니다. 이층·삼층 혹은 층층이 자란다하여 이층파·삼층파 또는 층층파라고도 불리는 것이지요. 삼동파는 새끼를 쳐서 번식합니다. 모주 위에 6~10개의 주아가 달리는데, 주아의 모양은 삼동파를 크기만 줄여놓은 것처럼 귀엽게 생겼답니다. 좀 양파처럼도 생겼지요? 주아 덩어리 전체를 떼내어 심어도 되고, 주아 하나 하나 떼어서 물에 담가 뿌리를 내린 후 심어도 됩니다. 모주인 엄마 삼동파 한 뿌리에서 상당히 많은 차세대 삼동파를 얻을 수 있어 재미와 함께 많은 수확의 기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삼동파와 일반 대파와의 차이점이 번식의 방법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대파는 꽃이 피고 거기에서 생긴 씨앗으로 번식합니다.그렇다고 삼동파에 꽃이 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삼동파는 다년생으로 3년 이상 키우면 꽃을 피우고 씨앗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저희 집 삼동파도 잘 키워서 꽃을 보고 씨앗도 받아볼 수 있을까요?

 

 지금 시기에는 주아를 떼어낸 삼동파를 이용해 국물요리에 활용하면 좋습니다. 향이 좋기때문에 육수를 내기에 딱입니다. 주아 달린 삼동파는 질긴 감이 있기 때문에 일반 외대파처럼 요리해서 먹으면 질긴 식감에 놀라실 수도 있답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삼동파는 주아가 달리기 전에 먹어야 연하고 달큰하니 맛있습니다. 주아를 심고 한 달 정도 키우면 또 연한 삼동파를 드실 수 있게 됩니다. 아무래도 삼동파를 부지런히 키우는 사람만이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듯합니다. 

 

 대파의 흰 줄기 부분을 좋아한다면 삼동파를 많이 키우지 마세요. 저도 키우면서 알게 되었는데 삼동파는 하얀 부분이 외대파보다 짧답니다. 키우시더라도 북주기를 해주셔야 아무래도 흰부분이 더 늘어나겠지요? 저도 오늘은 흙으로 북주기*를 좀 해주어야 할 듯 합니다. 삼동파를 뽑아보니 흰대 부분이 짧아도 너무 짧아서요. 식물에 대해 모르면 모르는 것조차 모르는데, 한 번 알려고 하니 알아야 할 것 투성입니다. 

 알알이 떼어낸 주아에 뿌리가 좀 내리도록 물에 담가놓아야 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심어줘야죠. 다음 세대 주아가 달리기 전에 연하고 달달한 삼동파 요리를 먹어보려면 바쁘게 움직여야겠네요. 식물이 저를 부지런해지게 만듭니다. 한 두달 후에는 식재한 주아가 잘 크는 모습을 글로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북주기: 흙으로 작물의 뿌리나 밑줄기를 두둑하게 덮어 주는 일. 제초, 중경을 겸하여 하는 수가 많으며 두둑 높이기, 도복 방지, 잡초 발생 억제, 뿌리 보호, 줄기의 연화 촉진 등을 목적으로 함.

·

8
북캉스
팔로워

일상다반사, 일상을 쓰다.

댓글 8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전체 스토리

    이런 글은 어떠세요? 👀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