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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얼룩을 지운다면 행복할까요?
예프23. 04. 15 · 읽음 249

원래 책은 추리 소설을 즐겨 읽는데
마음이란 게 요상한 게
그때 그때 필요한 책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요즈음 읽고싶은 책들은
마음치유, 사람을 용서하는 훈훈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마음의 얼룩을 지워주는 마음 세탁소 사장

 

이 한줄 문구만으로 이야기가 흥미로울 것 같은데

책을 읽다보면 상담을 받는 느낌이다.

 

한 줄도 허투루 읽지 못하게 하는
깊이 있는 사유 때문에
한동안 책에 머문다.

 

당신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구겨진 마음의 주름을 다려줄 수도,
얼룩을 빼줄 수도 있어요.

모든 얼룩 지워드립니다.
오세요, 마음 세탁소로.

 

지은은 사람들의 기억을 지워주는 능력을 지녔다.

그녀에게 오는 손님의 아픔과 치유과정을 담아가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나에게도 괴로운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 기억을 떠올리면 굴욕감이 들어

밥맛도 잃고 잠도 설치고 그런다. 

 

한 모임에서 나를 좋게 봐서 운영자가 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던 A가 어느 순간 “내가 쟤를 (잘 모르고) 운영자로 추천까지 했다니까…”라고 말하는 걸 듣는 순간 모멸감을 느꼈다. 나를 멋대로 판단해 칭찬했다가 이제는 잘못 판단했다고 후회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A를 보고 지금도 나를 제대로 알고는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

나는 나일 뿐인데 나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친하지도 않아 친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A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누군가는 나에게 예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기분 나쁘면 나쁜 게 아닌가.

 

<메리골드 세탁소>에서 지은은 손님들의 아픔을 세심하게 살펴주고 인생에 대해 조언해 준다.

지은은 얼룩을 지워주는 데 철학이 있다. 그녀에 의하면 ‘어떤 얼룩은 서서히 사라지기도 하고 어떤 구겨짐은 자연스럽게 펴지기도 한다. 살아가는 데 힘이 되어주는 얼룩은 마음의 나이테가 되지만, 자연스레 사라지지 않는 얼룩은 간직할수록 상처나 아픔 혹은 결핍 같은 것들이 되어 나타난다’

 

이번 손님 재하를 봤을 때 지은은 마음의 얼룩이 많은 것을 직감해 그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인생을 다 지울 수 있는 건 아니야. 처음부터 리셋하면 잘 살 수 있을 것 같지?”

이 말을 들었을 때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뜨끔했다. 지금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 내가 매일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직장에 들어간 첫 날로 돌아가면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약점도 안 잡히고

처음부터 일을 잘 처리했으면 이렇게 아파서 잠도 못자고 밥도 못 먹지는 않지 않을까..

 

정말이지 잠을 못 자는 건 행복하기를 포기하는 느낌이라 산송장처럼 사는 느낌이다.

지은의 계속되는 말에 이것을 쓴 작가는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왔나,,존경스럽기까지 했다.

 

“하나만 지워. 다 지우면 인생에 뭐가 남겠어.
상처도 인생인데. 가장 아픈 얼룩 하나만.”

 

상처도 인생이라니… 지금 한달 조금 더 넘게 직장에 다니고 있는 나에게 딱 어울리는 조언이다.

더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일을 효율적으로 하다보니 이제는 적응한 나에게 정말 어울리는 말이다.

상처가 있었기에 발전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지난 한달은 너무나 힘든 시기였다.

 

재하가 지우고 싶은 기억이란 무엇일까.

엄마가 일 나갈 때마다 밖에서 문을 잠그고 나가던 그날의 외로움을 재하는 지우고 싶어한다.

남편이 집을 나가버리고 재하와 엄마는 겨우 둘이 누울 수 있는 쪽방에서 새롭게 시작했다.
아직 재하가 어렸기에 일을 나가기 위해 아이를 가두고 나가야 하는 엄마의 심정을,

엄마의 울먹거림을 그는 더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러다 재하는 생각을 바꾼다.

엄마가 속으로 울었던 그 얼룩을 지워주고 싶다고. 자신의 외로움이 아니라.

 

불면증을 겪으며 주로 듣던 유투브에서와 똑같은 말을 지은도 해주고 있다.

마음의 얼룩도 그렇다고.. 자기 얼룩을 인정한 순간 더 이상 얼룩이 얼룩이 아니라 마음의 나이테가 된다고. 사는 거 두려워하지 말고 그냥 오늘을 살라고.

 

언제 또 마음의 상처를 받을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도망가지도 않고 회피하지도 않고 자조하지도 않고 그냥 열심히 노력하며 오늘을 살리라..

나는 지금 이순간 이렇게 마음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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