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기획자로써 많은 어플을 사용하고, 아이패드도 2개일 정도로 디지털 기기에 대한 욕심이 많지만, 나의 모든 기록은 사실 공책과 펜으로 시작하고 끝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문구 브랜드에 관심이 많은데 그 중 한 브랜드인 아날로그 키퍼에 대한 내용을 적어보려고 한다.
내가 아날로그 키퍼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크게 세가지이다.
첫번째, 아날로그키퍼의 문구의 색이다.
아날로그키퍼에서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handy book과 handy diary의 경우 겉 표지의 색을 자연의 색을 따와 이름을 짓는데 이름과의 조화 뿐 아니라 그 색감마저 취향저격이다. 이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살펴보자면, 내부적으로 무드보드를 만들고 제품에 담긴 이야기나 출시 시기 등에 따라 다른 색상을 선택한다. 내지의 경우 기능적으로 펜촉의 두께 등과 상관없이 기록이 묻히지 않는 색으로 선정하여 미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주면서,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색인지 확인하고 마지막으로는 레퍼런스 확인을 통해 다른 브랜드와 메인 컬러가 겹치지 않도록 한다. 물론 다른 문구 브랜드도 다 진행할 작업이긴 하지만, 대량으로 생산되는 다른 타 문구 브랜드에 비해 유난히 튀고 독특한 색감으로 흔히 문덕들 사이에서 사지 않더라도 눈 호강하러 구경가는 브랜드페이지라고 하는 소문도 있으니 색에 대해서는 엄청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 아날로그키퍼의 스토리이다.
앞서 무드보드 작업 시에도 제품에 담긴 이야기에 따라 색감이 변동된다고 언급했다시피 스토리는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 세계에서 ‘ㄱ’을 만드는 것은 키보드 버튼 하나를 누르면 해결되지만, 아날로그 세계에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선을 긋다가 적절한 지점에서 아래로 획을 내려야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취향이나 감정, 온기가 모두 스며든다고 생각한 아날로그 키퍼의 문경연 대표는 아날로그를 온기가 머무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더불어 그녀가 생각하는 좋은 문구디자인은 이야기가 담긴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또한, 문구의 경우 기록 또는 창작을 끌어내는 존재이니 브랜드가 건네는 첫마디가 무척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내가 매우 애용하고 있는 handy book의 경우 아날로그 키퍼의 대표 디자인이자 가장 인기있는 상품인데, 이 상품을 기획 시에 언제 어디서나 함께할 수 있고 작고 단단한 노트를 목표로 진행하였다고 하였다. 그렇기에 손바닥 크기의 사이즈를 고안하고 180도 이상 펼쳐지는 양장, 내지 보호를 위한 밴드를 추가 하였고, 내지 공간은 최대한 확보하며 답답해 보이지 않는 색상을 생각하여 파란색 정방형 그리드로 구성하였다. 여기까지는 제품에서 보여주는 시각적인 언어라고 생각이 들었고 물론 그 점이 마음에 들어서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점은 Handy book을 구매하면 받게 되는 포장지의 한마디였다. 한 손 가득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이라는 한 마디가 앞서 설명한 내용을 한 마디로 설명 가능하게 만들었다. 실제적으로 나는 들고 다닐 소지품도 많아지고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아져서 무언가를 여러 개 챙길 정신이 없었는데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공책이 필요하여 구매하였고 매일 들고 다니며 그 날의 투두리스트, 그날 받았던 피드백, 생각난 아이디어들 빠짐없이 적으며 대학 생활을 보냈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는 공간을 잘 사용하고 있다.
세번째, 아날로그키퍼만의 소통과 공유이다.
아날로그 키퍼의 경우 구매 시에 브랜드의 슬로건인 keep your own way가 적혀있는 카드에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분들의 글씨로 손편지로 적어 함께 배송한다. 딱딱한 컴퓨터 폰트로 적혀있는 감사인사보다 5명의 멤버가 5명의 필체와 5명의 각자 다른 언어로 감사와 격려를 전해주다 보니 모으는 재미도 생기고, 기록의 설레임을 함께 나누는 것 같아 기쁘다. 또한 아날로그키퍼의 대표님은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아카이빙 노트를 사용하는데 그 노트를 공유하다는 요청을 받아드려서 @ak_readytowrite라는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하고 있다. 그녀의 기록들이 단순히 노트를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넘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또다른 영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아날로그 키퍼만의 공유와 소통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최근에 아날로그키퍼는 파피어 프로스트라는 오프라인 스토어를 열었다. 아날로그 키퍼 대표님이 직접 사용하신 제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기록의 생생함을 담겨져 있다. 좋은 글귀들은 필사 할 수도 있고, 들여다 보며 또다른 영감이 떠오를 수 있다. 특히 제일 좋았던 부분은 종이의 무게와 재질별로 필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펜과 함께 필사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점인데, 종이와 펜에 대한 궁합까지도 세심하게 여기는 아날로그 감성을 극대화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오픈 기간에도 가보았지만, 너무 만족한 공간이라 5/3에 정식 오픈하고 나면 또 다시 찾아가려고 한다. 또다시 나만의 기록을 찾으러, 나만의 영감을 찾으러 떠나봐야지..
Yello
소소한 기록들과 귀여운 것들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니니와 느루를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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