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반려식물의 로망은 로즈마리이다. 학생 때부터 로즈마리를 키우는 것이 작은 소망이었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몇 번의 시도와 실패 끝에 깨달았다. 그렇다. 나는 로즈마리를 세 차례 키웠고 세 차례 모두 말려죽였다. 그렇다고 내가 모든 식물들을 죽이는 그런 끔찍한 똥손의 소유자냐면 그건 아니다. 초보 식집사이긴 하지만 다른 화분들은 쑥쑥 키워내고 꽃도 피워냈지만 로즈마리만은 그게 안되었다.
알고보니 로즈마리는 악명이 유명했다. 생각보다 키우기 어려운 식물이었다. 로즈마리를 죽게 만드는 원인에는 물주기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주된 원인은 '환기(통풍)'가 꼽혔다. 로즈마리는 바람이 중요해서 노지에서는 쉽게 자라지만 실내에서는 키우기 까다롭다고 한다. 나만 어려운 게 아니라는 점에서 위안이 되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식물을 죽게 만들었다는 자괴감으로 나는 한동안 로즈마리의 반려식물 꿈을 접었었다.
식물을 키우는데 '환기(통풍)'가 중요하다고 하니 의아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환기는 빛, 온도, 물과 함께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 4가지 요소 중 하나이다. 실내에서 식물을 키울 때 환기는 빛, 물 주기와 함께 식물의 대사 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로즈마리처럼 바람을 좋아하는 식물은 환기가 충분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식물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 작용을 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으며, 물을 뿌리에서 줄기로 잎으로 끌어올리고 잎의 기공을 통해 공기중으로 증발시키는 증산 작용을 한다. 이러한 대사 작용이 잘 순환하기 위해서 실내의 빛과 온도, 물 주기와 환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 빛 : 일반적으로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식물이나 잎의 색깔이 화려한 식물은 많은 빛을 필요로 한다. 식물에 따라 빛이 필요한 정도가 다른데 요즘은 부족한 광량을 채우기 위해 식물 조명을 사용하기도 한다.
2. 온도 : 대부분의 실내 식물들은 10~25도 사이의 온도에서 잘 자라지만 식물에 따라 생육 온도가 다를 수 있다. 주거 공간이 아닌 상업 공간이나 사무실 등은 밤에 난방을 하지 않으므로 난방을 끈 밤 동안의 기온을 꼭 확인해보아야 한다.
3. 물 주기 : 같은 식물이더라도 자라는 환경에 따라 물 주는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 빛이 충분하면 쉽게 건조해지지만 빛이 부족하면 화분 속 수분이 마르지 않아 과습에 주의하여야 한다. 며칠에 한 번과 같은 고정적인 주기로 물을 주기보다는 화분의 겉흙이 충분히 마른 것을 확인한 후 물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4. 환기(통풍) : 흙이 숨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은 신선한 공기이다. 실내 공간에서 공기의 순환이 어렵고 특히 빛이 부족한 실내에서는 화분의 수분이 마르지 않고 지속되면 과습되기 쉬우므로 주기적인 환기를 통해 수분을 빨리 마르게 해줘야 한다.

내 마지막 로즈마리는 환기의 중요성을 숙지하고 수시로 바람을 쐬어주었는데도 결국 이별을 고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안되면 노지에서라도 키워볼 생각으로 로즈마리를 다시 반려식물로 들여왔다. 다행히 바람이 잘 통하는 창문가에 자리가 있어 우선 그곳에 로즈마리를 두었다. 잘 살펴서 이번에는 꼭 로즈마리와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
루디린
이것 저것 읽고 보고 듣고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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