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생리컵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5~6년 전, 나는 핀란드산 생리컵을 해외직구했다. 탐폰도 써보지 않은 나였지만 써본 사람이면 모두 입을 모아 '신세계'라며 적극 권유하고 유럽에서는 마트에서 팔 정도로 보편적이라기에 눈 꼭 감고 도전했다.
무엇보다 나를 움직이게 한 가장 큰 이유는 생리컵은 여자인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강력한 지구를 지키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인류의 절반인 여성은 평생 약 500회의 생리를 3000일에 걸쳐 하는데, 이는 일생의 8분의 1을 차지한다. 이를 위해 1인당 1만 2000여 개의 생리대가 필요하다. 일회용품인 생리대와 탐폰과는 달리 생리컵은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져 무려 1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1개의 생리컵이 약 1200개의 생리대를 대신할 수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 연간 버려지는 일회용 생리대는 20억 개에 달한다. 생리대가 매립 시 분해되는 데는 무려 500~600년이 걸린다. 생리대 폐기물에서 배출되는 미세 플라스틱은 분해되는 동안 독성 물질을 배출한다. 생리대를 사지 않기만 해도 삼림파괴와 멸종위기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생리컵이 주는 이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생리 중 운동할 때도 활동력을 유지할 수 있고 장기간 여행 갈 때 캐리어에 생리대를 바리바리 싸 들고 가지 않아도 된다. 또한 더 이상 생리대를 쟁여 놓을 필요가 없으니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해방감도 느낄 수 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여러 국내 브랜드에서도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생리컵을 제조하고 있다. 루나컵, 라엘컵, 한나컵, 티읕컵, 비움컵, 이브컵 등이 대표적이다. 나에게도 좋고 지구에게도 좋은 생리컵,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금 당장 나에게 맞는 골든컵을 찾는 여정을 떠나보자.
추희자두
과일 먹을 때 제일 행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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