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학교앞에서 공책을 나눠주던때가 있었다.
공책을 이미 사용하고 있는 학생들이 대다수라 반응은 시큰둥했다.
길바닥이나 분리수거 통속에 흔하게 보였던 새 공책들.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분리수거통 속을 뒤져 버려진 공책과
친구들한테 받은 공책들로 그림을 그렸던 때가 있었다.
무지 공책, 줄 공책, 격자무늬 공책
속지를 다 가리지 않고, 매일 매일 그림을 그리며 놀았다.
종이가 다 떨어질 때 쯤 또다시 등굣길에서 준비한 공책을 다시 나눠주었고,
버려진 공책들을 또 주워 그림그리기를 반복,,,
어느 순간 사용하는 공책의 양보다
주워오는 공책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쌓이기 시작했다.
그만 가져와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미 공책은 만들어진 상태이고, 내가 가져가지 않는다면 결국,
쓰레기로 전략되버리는 상황이니 가져가는게 낫지 않을까?
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가져갔다.
용도에 맞게 쓰여지고 버려지길 원하는 마음으로
차곡차곡 계속 모으기를 5년.
책장의 한줄을 꽉 차지할 정도의 많은 공책이 모였지만
직장인이 된 현재까지 한권이라도 다 사용하지 못한채 보관중이다.
시간에 치여 좋아하던 그림도 1년에 한번 그릴까 말까 한 수준이며,
선물하기에는 학원 홍보용 공책이라 애매한 상황
이 많은 공책들을 버리기 아깝다는 생각을 하던 중
문득 창고에 쌓인 내 옷과 함께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결 방법은 바로 공책만들기
패브릭 커버의 공책을 만들어 들고 다니기 이쁘고,
선물용으로도 딱이라 생각이 들었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나로서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이 들었고,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유행이 지난, 사이즈가 안 맞는 옷들을 다 잘라서
공책의 커버로 사용하기 위한 원단을 만들었다.
이후 사용하지 않는 속지/종이들을 뜯어 3-4장씩 1묶음으로 재단한뒤
원하는 두께만큼 엮어 속지를 만들었다.
이후 하드보지같이 딱딱한 종이에 본드를 바른뒤 원단을 붙여 공책 커버를 만들었다.
커버의 본드가 다 말랐다며, 뒤집어서 중간 부분에 본드를 바른뒤 속지를 붙이면 끝
처음하는 사람도 쉽게 만들 수 있고,
조금 더 높은 퀄리티를 원한다면 띠지와 책머리를 사서 붙이면
누가봐도 구매한 공책같아 보이는 멋진 공책이 완성된다.
전자기기에 시대에 이런 공책을 자주 사용할까? 싶지만
놀랍게도 일반 공책과 다른 퀄리티와 단 하나밖에 없는 공책이라 그런지
자주 사용하게 된다.
또, 주변인들의 반응을 보는 맛도 쏠쏠하다.
회의때 슥 꺼내거나
친구들과 함께 일정을 잡을 때,
판매용 공책과 다른 모습을 보며 어디에서 샀는지
여쭙는 일이 의외로 많다.
이후 공책을 만드는 것에 맛 들려서
친구들에게 이따금 선물로 주기도 하는데,
친구들의 취향에 맞춰 사이즈도 제각각 다르게 하고,
좋아하는 색상에 맞춰 커버를 만들어주니
다들 좋아해주고, 실제로도 자주 사용해주어
이 점도 너무 좋다.
책장의 한줄을 꽉 채우던 내 공책들은 이제
3분의 1정도 밖에 남지 않게 되었지만,
버려졌을뻔한 종이와 버려져 태워졌을 옷이 만나
공책으로 새로운 쓰임으로 여러 사람이 사용하게 되었다 생각하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다.
혹, 주위에 남는 종이와 버리기 아까운 옷이 있다면
한번 도전해보는걸 추천드리며,
오늘도 공책을 누구에게 주면 좋을지
기분좋은 고민을 품은채 만들고 있는 주말이다.
도라
생각만으로 노력하는 게 제일 쉬웠습니다. 이제 실천을 하려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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