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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는 풀에서 열린다.
북캉스23. 05. 09 · 읽음 599

 세상에나...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바나나를 먹었는지 셀 수도 없는데 나는 이제서야 바나나꽃을 보았다, 아니, 의식하였다는게 맞는 말인 것 같다. 바나나가 맺히려면 당연히 꽃이 피어야함에도, 나는 바나나 이전의 생명체인 바나나꽃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바나나꽃을 맞닥뜨렸을 때의 그 놀라움과 신기함도 컸지만 나의 무지함이 먼저 나를 훑고 지나갔다. 

"어머, 저게 뭐야?"

바나나꽃을 보고도 꽃인지도 모르다니...

 

 수목원 열대 온실에서 바나나를 여러 번 보았지만, 바나나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금방이라도 움직일 듯 했다. 영화에서 보던 외계생명체같았다. 왕관을 쓴 여왕외계인처럼 우아한 그 꽃봉오리를 금방이라도 내 얼굴 앞에 들이댈 듯 보였다. 그 날 수목원에서 본 많은 나무, 풀, 꽃 중에서 내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당연히 바나나꽃이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바나나에 대한 궁금증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1. 바나나는 나무가 아니라 풀이다.

 바나나는 여러해살이 풀로 나무가 아니라 풀에서 자라는 열매라고 한다. 나무 기둥처럼 보이는 부분은 사실 여러 장의 잎이 어긋나게 빽빽하게 싸매이면서 생긴 헛줄기라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나무처럼 보이지만 초본성* 식물이다. 그래서 바나나는 채소로 분류 될 수 있지만, 1년생이 아니라 다년생이므로 과일로도 분류가 된다. 

 

2. 바나나의 성장 과정

 바나나 잎의 엽총(葉叢)에서 기다란 꽃줄기가 나오고 그 끝에 자줏빛의 기다란 봉오리가 달린다. 봉오리의 겉에 있는 '포'부터 한 겹씩 벌어진다. 그러면 벌어진 포와 벌어지지 않은 포 사이에 연한 노란색의 바나나꽃이 2줄씩 나란히 피고, 바나나로 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바나나가 2줄씩 붙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먹는 바나나 끝의 까만색 꼬투리 부분은 바나나꽃이 지고 말라 떨어지면서 생긴 흔적이다. 

 

3. 바나나꽃은 훌륭한 식재료이다.

 자줏빛 봉오리의 억센 겉 포는 떼어내고 안 쪽의 부드러운 포와,  포 사이에 숨어있는 바나나꽃을 이용해 샐러드, 볶음요리, 스프를 만든다고 한다. 

 

 우연히 들른 수목원에서 마주한 바나나꽃에 매료되어 바나나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슬슬 일어난다. 사실 이렇게 또 다른 생명을 들여놓아도 될까 싶은 마음 사이에서 고민이 크다. 5년을 키우면서 계절이 스무 번 바뀌는 동안, 계절의 변화에 관계없이 항상 푸르던 코니카가문비가 더 이상 푸르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식물도 생명이어서 내가 키우던 것이 아파하고 죽는 것을 보는 게 쉽지 않다. 수목원에서 본 바나나꽃이 너무 신기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들썩였다. 이럴 땐 더 자중하는 것이 맞겠지.

 봄이다. 봄의 아침에는 바쁘다. 나를 기다리는 나무에, 꽃에, 풀에, 생명에 물을 주어야 한다. 바질은 페스토파스타를 한 번 해 먹을 정도로 이파리를 많이 내주었고, 키 작던 샐러리는 제법 자랐다. 벌써 꽃을 피우려고 하는 루꼴라 꽃봉오리도 따줘야 한다. 바나나는 키울 준비가 되었을 때 그 때여도 늦지 않다. 언제나 우리집 식탁 위에 있는 바나나 하나 먹고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초본성 식물: 목질부가 발달하지 않는다. 이 특성을 보이는 식물을 초본 또는 초본성 식물이라 한다. 초본성 식물은 목질부가 발달하지 않기 때문에 물기가 많고 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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