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는 자전거 근육이 필요하다. 페달을 밟기 위한 다리 전체 근육이 필요하며,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척추부터 엉덩이까지 모든 근육이 긴장하고 있다. 손은 어떠한가. 중지는 브레이크를 향해 민첩히 나갈 준비를 해야 하며 검지는 벨을 울릴 준비가 늘 되어 있어야 한다. 눈도 쉬지 못한다. 행인들의 공간을 계산하고 내가 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자전거 타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휴직을 한 후로 따릉이 6개월권을 끊었다. 자전거가 좋다기보다는 자전거를 탈 때 바람을 가로지르는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다. 자전거를 타지 않은지 6년이 넘어 처음에는 바싹 긴장이 되었다. 거리감이 없어 제법 여유가 있음에도 벨 소리를 울리기 일쑤였고, 한 번 타고나면 등은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초보 운전자들이 실력을 가장 빠르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장거리 운전이라고 했던가. 나도 한 시간씩 자전거를 탔다. 위례에서 잠실까지. 난코스들이 많진 않지만 제법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도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첫 번째 시도 땐 하도 긴장해 자전거에서 제대로 내리기도 힘들었다. 두 번째 시도 땐 그래도 바람을 느껴는 보았다. 시도가 더해질수록 발이 편해졌고, 손이 편해졌고, 눈도 여유를 찾았다. 지금은 제법 자전거 고수처럼 탄다. 두 손을 놓고 자전거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고수는... 되지 못했다. 그러기엔 겁이 많다. 그래도 원하는 곳을 마음대로 가고 오르막길 때 낑낑대다가 내리막길 때 시원함을 아는 정도는 되었다. 몸의 움직임과 근육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행위를 즐기게 된 것이다.
어제는 엄마와 마천에 위치한 브런치 집을 갔다. 엄마는 집으로 오는 길 따릉이를 타자고 했다. 자전거를 배우셨지만 사람이 없는 공원에서만 타셨기에 솔직히 많이 불안했다. 비교적 좁은 길도 있고, 가끔씩 사람들도 보이는데 과연 타실 수 있을까. 걱정은 생각보단 기우였다. 엄마는 생각보다 잘 탔다. 타는 행위에서 보면 말이다. 엄마의 전신에 긴장이 들어간 기색이 역력했다. 꽉 쥔 핸들, 경직되어 보이는 엄마의 등, 바쁘게 움직이는 엄마의 눈.
엄마는 횡단보도에 빨간 불이 들어오는 걸 좋아했다. 내려서 바로 커피를 마셨다. 빨대 속에서 카페인들은 다급하게 올라왔다. 얼음이 잘그락 거리면서 포션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초록불이 되면 엄마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재개되었다. 신호등만 건너면 사람도 없고 길도 넓었다. 엄마의 아슬해 보이는 그 선이 참 자유로웠다. 엄마의 뒷모습을 카메라로 담았다. 검검 패션이지만 누구보다도 생기 있었다. 다만, 그 생기는 자전거 여행과 함께 사라졌다. 자전거 후 엄마에게 남은 건 덜덜 떨리는 허벅지였다.
나는 엄마한테 좀 더 타보자고 말했다. 종종 이렇게 연습해야 한다고. 자전거를 잘 탈 수 있는 방법은 자전거 근육을 만드는 것이라고. 잘 하기 위해서는 근육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요새 손 근육, 정확히는 그림 근육을 기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연님이 그릴 때는 슥슥 그려서 쉬울 줄 알았다. 깔끔한 그 선이 마음에 들어 따라해보았지만 여러번의 선이 묻어나왔다. 그 간결하면서도 율동감 있는 선이 아닌 어딘가가 서투르고 경직된 선. 이연님은 유튜브에서 크로키 연습을 통해 손 근육을 길러야 함을 강조한다.
나의 손은 몰랑이 그 자체다. 펜을 쥔 적이 드무니 어디에서 힘이 들어가야 할지 어떻게 대상을 봐야할지 등 허점 투성이다. 5일차 그리고 있는데 여전히 몰랑하다. 크로키를 즐기기 보다는 잘 그리고 싶다는 힘이 가득 들어간 상태다. 기본기가 쌓여야 즐길 수 있는 경지에 다를 수 있음을 자전거를 통해 깨달았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자. 근육들이 조금씩 바뀌어 갈 것이고, 그 과정을 찬찬히 지켜보는 걸로 만족한다.
요란한소심
소심해서 이리저리 휩쓸렸습니다. 이제는 휩싸이기 보단 선택하고 싶어 요란하게 휴직을 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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