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 까치, oil on canvas, 48 x 46cm, 1958, 국립 현대 미술관 소장
유년시절 나는 까치를 유난히 좋아했다.
까치의 울음소리에 잠을 깨는 날은 행복감에 마음이 풍선처럼 두둥실 떠오르는 것 같았다.
아침에 까치가 울지 않는 날은 잠에서 깨어나도 이부자리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소라처럼 귀를 크게 열고 까치의 울음소리를 기다리곤 했다.
끝내 까치가 울지 않는 날은 무언가 소중한 물건을 잃은 것처럼 허전하기까지 했다.
까치 울음을 학수고대하는 이유는 그 소리를 들은 날은 영락없이 반가운 손님이 우리 집을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변화 없는 무료한 일상에서 손님이 온다는 것은 그 틀을 깨는 흥미로운 일이었다. 손님이 와서 우리 가족과 대화하고 웃음소리가 이어지면 집안이 생기가 도는 것 같아 덩달아 신이 났다. 가까운 친척들은 며칠 묵을 때가 있었는데 학교에 가도 마음은 온통 집에 있었다.
장욱진, 소와 까치, oil on canvas, 40.5 x 30.5Cm, 1988
장욱진, 내가 그의 그림에 반한 것은 오래전 일이다. 80년대 후반으로 기억된다.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던 중 그림에서 까치를 발견하면서부터다. 유년시절 까치에 대한 기억들이 고스란히 소환되어 행복감에 싸이게 해줬다.
그가 그려낸 까치는 사람과 공생하는 다정다감한 모습이다.
나무 꼭대기에서 지나가는 여인을 빤히 내려다보며 말이라도 걸듯하고,
원두막이나 정자에 앉아 쉬고 있는 노인네들의 대화를 염탐하기도 하고,
나무 그늘 아래 단 낮잠을 자는 남정네를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나뭇가지에서 서성이기도 하고,
아이와 산책 나온 엄마를 위해 깍 깍 노래도 불러주고,
오두막집 외로운 아버지와 아이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장욱진의 작품에서 자연은 인간과 동물을 품고 서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장욱진, 산과 나무, oil on canvas, 1984,
장욱진,
일상적인 이미지를 정감 있는 형체와 토속적인 색채로 한국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사양화가 파울 클레나 호안 미로의 작품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에게 자연은 늘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는 충청남도 연기군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8세 때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였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 나무, 해, 달, 닭, 소, 까치,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인물 그리기를 좋아했다. 성장하여 서울과 동경에서 공부 할때도 고향과 어린 시절에 관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화폭에 담았다. 그는 어린 시절의 정서를 잃지 않기 위하여 경기도 덕소, 신갈, 충청북도 수안보에 터전을 마련하고 주변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항상 일곱 살 나이로 살려고 했던 장욱진,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까치의 모습을 볼 때면,
나는 어느새 유년으로 돌아가 있다.
장욱진, 까치와 여인, oil on canvas, 35 x 27 cm, 1987.
김정준
그림 같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글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미술전공, 출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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