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고 흐렸던 날씨가 개서 햇빛도 낭랑하기 이를 때가 없어서, 좋고 해서 적당히 산책을 나왔다. 바람도 기분 좋을 만큼 불어와서 옆에 있던 나무나 풀들이 살랑거리는 걸 보면서 걷고 있었는데 모르는 자그마한 식물이 투톤이었다. 마침 내 머리색도 투톤이었던 터라 몹시 반가웠다.
집에서 했던 셀프 탈색이 영 잘못돼서 투톤이 나왔는데 조만간 다시 해야 되겠지만 보기에 썩 나빠 보이는 것도 아니었고 나름 어울려서 놔두고 있었는데 식물도 투톤이어서 ‘와! 너도 투톤이구나!’ 하면서 신이 났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옆으로 휘어져서 흔들리는 장면이 찍혔는데 왠지 귀여웠다. '얘도 나한테 인사하네. 안녕?'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고.
산책도 조금 걸었겠다 마침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발견했던 터라 늘 가던 길을 걸어가면서 다른 건 없나 샅샅이 살펴보면서 가다 보니 이번에는 작고 동그란 나뭇잎이 투톤이었다. 사실 투톤이라 말하고 있지만 초록색 나뭇잎 위로 작은 새싹이 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뭇잎이 작게 난 게 아기같아 보여서 귀여웠다.
그리고 진짜 투톤인 식물도 보였는데 위에는 파랗고 하얀 하늘 아래에 나뭇잎 윗부분은 빨간색 밑에는 초록색인 게 눈을 즐겁게 했다.
조금 더 걸어가니까 새로운 꽃이 수수하고 소박하게 이쁘게 폈더라. 벌도 그 꽃이 이쁜 걸 알았는지 주변을 날아다녔지만 나도 그 꽃이 이쁜 걸 알았기 때문에 그에 질세라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사진에 완전히 그 느낌을 담기란 힘들었지만 그래도 마음에 들게 찍혀서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릴랴
자기가 쓰고싶은 글을 쓸 뿐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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