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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가 키우는 마을
은후23. 05. 18 · 읽음 349

 

13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오스트리아를 거점으로 중부유럽의 패권을 휘어잡았던 유럽의 향수를 자극하는 가문이 있다. 신성 로마 제국의 제위를 세습하면서 근대 유럽의 얼마 안되는 황제 가문으로서 최고의 권위와 영예를 누린 합스부르크이다. 독특한 결혼동맹으로 세력을 늘렸던 이 명문가는 고려의 왕건의 정치적인 야심과 어쩌면 닮은 꼴인지도 모른다.

 

 

오스칼은 집안 대대로 왕가의 군대를 지휘하는 유서 깊은 집안에서 막내딸로 태어났다. 남장여자로 본성을 의복에 감추고 살아가야 했다.  유럽을 양손에 쥔 유서깊은 오스트리아의 왕녀로, 루이 16세의 왕비가 된 마리 앙투아네트. 형장의 이슬로 쓸쓸하게 사라진 비운을 맞이하고 만다.  스웨덴 고귀한 가문의 맏아들로서 막대한 권력과 재산보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페르젠. 18세기 중반 유럽의 서로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장차 프랑스의 베르사유에서 만나게 될 이들 세 사람의 운명의 소용돌이가 시작된다.

 

 

만화 강국인 일본 만화가  이케다 리요코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전기인[ 마리 앙투아네트 - 어느 평범한 여자의 초상(1932)]을 바탕으로 창작한 순정만화를 내놓았다.  프랑스 혁명 시기를 다루는 많은 부분을  묘사한다.  주된 등장인물 중 몇은 작가가 창작한 허구의 인물이다.  잡지 마가렛에 1972년부터 1973년까지 연재했다.

 

우리나라에는 베르사이유 장미로 독자를 사로잡았다.  사춘기 감성을 자극하는 남장여자cross-dressing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치명적인 미장센을 보여준다.  예술에서 남장여자는 실패할 수 없는 하나의 효자 아이템이다. 로자 보누르도 남장을 하고 남성들과 마주쳤다. 윤은혜와  박신혜가 보여준 드라마에선 커피 프린스와 미남이시네요가 있다. 최근에 인기리에 종영한 빼어난 연기자 박은빈의 연모 또한 남장여자에서 결국엔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찾는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갑 오브 갑인 미모를 자랑하는 장미는  오스칼로 인해 더 아름다워졌다.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에 독특한 향을 발산하는 장미가 끌어안고 키우는 마을이 있다. 청초한 흰장미, 이슬을 머금은 분홍장미, 흔하지 않은 노랑장미, 사랑과 정열의 화신 붉은 장미가 앞다투어 지켜준다. 오월이면 장미 스커트를 입은 마을은 마치 베르사이유 궁전에 있으나 자유는 무한대인 정원으로 거듭난다.

 

 

자고로 자신을 자랑하여 몸값을 올리는 피알 시대라고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남들이 띄워주게 만드는 것이 진정 고수일 것이다. 장미는 그 심리를 잘 알고 있다. 얼마 전 도에서 열 댓명이 마을을 방문했다. 딴엔 메모라도 하겠다는 듯 펜과 수첩을 들고서 줄줄이 프랑크 소시지처럼 딸려 나왔다. 마을 지킴이인 회장이 볼이 상기된 채 이른 무더위에 구슬땀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마치 숲속에 옮겨놓은 마을 같다는 평이다. 아름다운 마을로 추천되어 선출할 마지막 관문을 지난 셈이다. 울타리를 타고  녹음과 어우러졌다. 약간 지대가 높은 마을이라서 붉은 담벼락을 타고 장미꽃송이들이 마치 하늘에서 하강하는 것과 같은 장관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양봉을 한다면 아마도 솔찬히 꿀을 모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배곯는 백성들이 빵이 없다고 하자, 대단한 뒷배를 가진 다이아몬드 수저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고 했다고 한다. 역사는 늘 승리자의 것이다. 만약  픽션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녀는 배곯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환경은 사람을 만든다.  순둥순둥한 처녀가 못된 놈팽이를 만나 독한 여자가 되듯,  도둑인 장발장도 신부를 만나 개과천선했다. 

 

 

흐드러진 장미를 보며 만화를 떠올리고, 꽃같은 인생을 사는 여자들이 될 수 있게 세상이 또 자연이 협조해 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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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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