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 가는 길에서
릴랴23. 05. 21 · 읽음 71

항상 가던 길이 아니라 돌아서 가는 길로 방향을 틀었다. 늘 가던 길은 차가 많이 지나다니고 마침 공사 중이라 지나가기가 불편해 보였기에 옆길로 샜다. 꽤나 오래전에 몇 번 지나다녔던 길은 기억과 달라진 게 별로 없었다. 돌아서 가는 길이다 보니 지름길을 알고 나서는 잘 가지 않았었다.

 

 

담장 울타리 사이에 장미꽃 하나를 발견했을 때는 너무 이뻐서 습관적으로 폰을 꺼내들어 사진을 찍었다. 

 

이건 전과는 많이 달라진 행동이었다. 

 

처음에는 그로로에 올릴 글의 배경사진을 직접 찍기 위해 찍던 게 점점 식물이나 꽃, 그리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순간들을 찍기 시작했다. 가끔은 순간 포착해서 찍어내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게 사진을 많이 찍는 버릇이 생겼다.

 

 

 

 

사진을 찍고 조금 더 걸어가니까 학교가 보였다. 학교 대문 앞에 있는 꽃이 잔뜩 펴서 이뻤는데 시선을 조금 위로 올리니 학교 안에는 장미 정원처럼 꾸며둔 곳이 있었다. 요즘은 학교에 심어져있는 꽃들도 꽤 잘 되어있구나 싶었다. 내가 다녔던 곳은 철쭉이 많이 심어져 있었다. 체육시간에 앉아서 기다리던 큰 계단 위에 아치형 프레임 위로 보라색 꽃이 조그맣게 우수수 달려있던 등나무 꽃이 유독 생각이 난다. 등나무 꽃을 못 본 지는 정말 오래되었다. 시간이 나면 언제 한번 등나무 꽃을 보러 가고 싶었다.

 

 

 

조금 더 걷다 보니 가는 길 옆에 붉은 장미가 쏟아지듯이 흘러내리길래 사진을 여러 번 찍었다. 이번에 찍은 사진들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마침 공사 중이라 늘 사용하던 길을 못 갔던 건 조금 불편한 일이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이 길로 가지 못했을 테고 아름다운 광경을 맞이하지 못했을 거였다.

 

불현듯 ‘새옹지마’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지금 당장 나쁘게 생각되는 일이 그 일이 끝난 후에는 운으로 작용할 수 있고 현재 이득 봤다고 생각하고 운이 좋았다고 여겼던 일은 큰 그림으로 봤을 때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 눈앞에 벌어지는 일이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는 뒤로 가봐야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좋은 일에 너무 들뜨거나 흥분될 때 그 말이 좋았고 힘든 일을 맞닥뜨렸을 때 그 말이 좋았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줬었다.  

 

부모님께 찍었던 장미꽃 사진을 보여드리니 잘 찍었다고 감탄하시면서 이번 주에 장미를 보러 수목원에 가자고 지나가듯 말씀하셨다. 기대가 되었다. 장미도 좋고 마음에 드는 사진도 여러 장 찍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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