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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꽃잎에 숨겨진 비밀
루디린23. 06. 04 · 읽음 2,848

  수국의 계절 여름이 되었다. 여름꽃의 여왕이라 불리는 수국답게 오늘 외출길에서 두 번이나 수국을 만났다. 활짝 핀 수국이 반가워 사진을 찍어왔다. 

 

이웃집 정원에 피어있는 수국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 수국은 몇 가지 비밀을 갖고 있다. 꽃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식집사들에게는 그까짓거 아무것도 아닐 작은 정보들일테다. 하지만 나같은 초보 식집사들에게는 누군가 알려주기 전까진 사소하지만 알 수 없었던 작은 비밀이다. 

 

  1. 첫 번째 비밀 : 수국의 진짜 꽃은 따로 있다.

 

  부끄럽지만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다. 우리가 수국의 꽃이라 생각하는 부분이 사실은 꽃이 아니라 꽃받침이라고 한다. 진짜 꽃은 꽃잎이라고 생각한 그 가운데에 아주 작게 자리 잡아 피어나거나 꽃받침 뒤에서  피어난다고 한다. 사진을 통해 보면 이해가 쉽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 표시 : 본인

 

  오늘 내가 찍은 수국들은 꽃받침은 탐스럽게 넓게 폈지만(?) 진짜 꽃은 피지 않았다. 그래서 꽃을 관찰하기 좋은 사진들을 무료 사진사이트에서 가지고 왔다. 우리가 생각했던 꽃잎이 꽃받침이고 진짜 꽃은 가운데에 작은 점처럼 자리잡고 있다. 진짜 꽃은 너무 작아서 벌이나 나비를 유인하기 어려워 이들을 꼬여내기 위해 꽃받침이 가짜 꽃처럼 크고 화려하게 자라났다고 한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 표시 : 본인

 

  위 사진처럼 꽃받침 뒤에서 진짜 꽃대가 나와 꽃이 피기도 한다. 수국은 중국이 원산지인데 중국, 한국, 일본에서 예로부터 자랐던 식물이다. 일본에서 원예품종으로 개량해서 오늘날에는 다양한 색상과 형태의 수국을 볼 수 있다. 품종을 개량하지 않은 산수국은 좀 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하고 꽃이 별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별수국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산수국과 일부 수국은 위 사진처럼 진짜 꽃이 꽃받침 뒤에 숨어서 피어난다. 

 

참고로 보는 수국의 다양한 품종 - 출처 : [Gardener's path ] 여름꽃의 여왕 '수국' | 머스트뉴스 (mustnews.co.kr)

 

  2. 두 번째 비밀 : 수국의 꽃 색깔을 바꿀 수 있다.

 

  몇 년 전에 우연히 블로그의 글을 읽다 알게 된 사실이다. 수국의 고운 파스텔 색감에 반해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수국의 꽃 색깔이 품종에 의한 것이 아니라 토양 환경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즉, 토양의 성질에 따라 수국의 꽃 색깔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깔의 수국

 

 

  오늘 만난 수국인데 꽃 색깔이 선명하게 달라서 인상깊었다. 푸른빛과 보라빛이 오묘하게 섞여있는 수국도 좋지만 선명하게 하나의 색깔로 나뉘어져 있는 수국도 아름다웠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는 다음과 같이 수국의 꽃 색깔을 설명하고 있다. '꽃이 피기 시작한 초기의 수국은 녹색이 약간 들어간 흰 꽃이었다가 점차로 밝은 청색으로 변하여 나중엔 붉은 기운이 도는 자색으로 바뀐다. 토양이 강한 산성일 때는 청색을 많이 띠게 되고, 알칼리 토양에서는 붉은색을 띠는 재미있는 생리적 특성을 갖는다. - 수국 (우리 생활 속의 나무, 2008. 3. 25., 정헌관)'

 

  리트머스지처럼 토양의 산성도에 따라 꽃잎의 색깔이 바뀐다. 리트머스지는 알칼리를 만나 푸른색, 산을 만나 붉은색으로 변하는데 수국은 그 반대이다. 수국은 토양이 강한 산성일 때 푸른색, 알칼리일 때 붉은색을 띤다. 이는 수국의 꽃에 포함된 안토시아닌 성분 때문이다. 

 

  알루미늄 성분이 녹기 쉬운 산성 토양에서는 알루미늄 이온과 안토시아닌이 결합하여 꽃 색깔이 푸른색으로 변하고, 알루미늄 성분이 녹기 어려운 알칼리성 토양에서는 알루미늄 이온과 안토시아닌이 결합하지 못하고 꽃 색깔이 붉은색으로 남는다. 

 

  토양의 산성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면 수국의 꽃 색깔도 원하는대로 변화시킬 수 있다. 수국은 심겨진 토양이 pH 5.2 이하의 산성이면 푸른 꽃, pH6 정도이면 보라색 꽃, pH 7.0 이상이면 분홍, 붉은색 꽃을 피운다고 한다. 토양을 산성으로 만들기 위해 구연산이나 백반을 물에 타서 부어주거나, 토양을 알칼리성으로 만들기 위해 계란 껍질을 갈아서 부어줄 수 있다.

 

  이밖에도 비료를 이용해서 꽃 색깔을 바꿀 수 있다. 수국은 질소 성분이 많거나 칼륨 성분이 적으면 푸른색, 질소 성분이 적으면 붉은색 꽃이 핀다. 한편 인산이 많이 포함된 흙에서는 인산이 알루미늄을 흡수하여 수국이 알루미늄 흡수하는 것을 방해해 붉은색 꽃이 피게 한다.

 

  이렇듯 수국의 꽃 색깔을 변하게 하는 원인과 원리를 파악하면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내가 원하는 빛깔의 수국을 피워낼 수 있다. 수국 꽃말 중에 '변덕'이 있는 건 이렇게 꽃 색깔이 변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수국의 꽃말은 진심, 처녀의 꿈 등) 그래도 이처럼 아름다운 변덕이라면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감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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