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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귀 꽃은 당귀 맛
요나요나23. 06. 13 · 읽음 270
오래 전 한 허브농원에서 색색깔 고운 꽃밥을 먹던 날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울 엄마에게도 이렇게 예쁜 식사 한 끼 사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엄마, 엄마! 예쁜 꽃비빔밥 먹으러 가자~ 맛은 장담 못하지만 예쁜 꽃을 듬뿍 먹을 수 있어!"
엄마는 손주들과 사위와 허브 농원의 곱고 향기로운 식물들을 둘러보고 고운 꽃비빔밥 앞에 앉아 행복하게 웃어주셨습니다
"아이고! 정말 곱다! 이걸 먹는다고? 꽃을 먹을 수 있다고?"
엄마는 천천히 밥을 비벼서 꽃잎 한 장씩을 올려서 드셨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엄마는 꽃 알레르기가 있었다는 걸 몰랐습니다. 꽃 앞에서 기관지가 간지러워지는 걸 '알레르기'라고 한다는 걸 엄마도 그 날 아셨습니다.
이맘때 텃밭에서 흐드러지는 노란 배추꽃은 배추맛이 납니다.
고수 꽃은 고수 맛이 나는데 꽃보다 풋열매가 되기를 기다렸다 수확해서 샐러드에 올리면 세상 향긋한 향신료가 됩니다.
당귀꽃이 피었습니다.
이 꽃이 다 씨를 맺는다면 내 작은 텃밭이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 뻔한 일이기에 여러개의 꽃대를 잘랐습니다.
희고 작고 향기로운 꽃과 여린 꽃대와 여린 잎을 손질해서 접시에 올렸습니다.
아보카도 반 쪽, 텃밭의 여린 잎채소들.
세상 호사스런 비빔밥 한 끼니를 준비하며 꽃 알레르기때문에 당황스러웠지만 딸네 가족과 함께라서 행복해하셨던 엄마를 떠올려봅니다.
매콤 쌉싸름한 당귀 맛이 나는 당귀꽃이 오랫동안 입안에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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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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