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새싹을 수확하면서 새싹재배기를 구석에 넣어두고 오랫동안 꺼내지 않았던 이유가 생각났습니다.
배추 새싹은 환상적으로 키를 올렸지만 샐러드에 올리기 위해서는 이제부터가 험난한 시작이었습니다.
잔뿌리 잘라내기, 씨앗 찌꺼기 걸러내기, 식초물에 담갔다가 깨끗이 세척하기, 또 다시 씨앗 찌꺼기 걸러내기...
여러번 물에 담갔다가 꺼냈다가 하면서 한주먹 조금 넘는 새싹을 샐러드에 올렸습니다. 베란다에서 천천히 자라고 있는 케일과 상추가 새싹 한줌의 초라함을 달래주었습니다.
작년 가을에 텃밭에 심었던 무를 걷어내고 무청으로 시레기를 말렸었습니다.
봄이 되어서 어릴 적 할머니 생각을 하며 시레기를 씻어 삶고 질긴 줄기는 잘라내고 씻고 씻으며 티를 골라낼 때 '훅~' 하고 느껴지던 심장의 어지럼증이 있었는데 이번 배추 새싹을 다듬을 때도 스물스물 그때와 같은 심장의 어지럼증이 올라왔습니다.
우리 할머니들은, 우리 엄마들은 이렇게 하루의 모든 시간을 논과 밭에서 흙투성이로 올라온 식재료들을 손질하고 먹기좋은 것들만 골라내어가며 음식을 만들어 가족들을 먹이신 것이었다는 새삼스러운 울컥함이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조금 수월해보이는 새싹재배방법을 따라 해 보았지만 여전히 그 번거로움을 덜어내지는 못합니다.
새벽배송을 해 주는 인터넷쇼핑몰의 값싼 베이비채소들. 키워서 수확해서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이 편리한 시스템에 다시 감탄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그럼에도 내 손으로 키워 깨끗이 손질한 귀엽기 짝이 없는 새싹채소를 한번 더 보기 위해 재배기에 다시 씨앗을 올리고 있습니다.
요나요나
프리스타일 텃밭지기
댓글 8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