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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 고추나무 키우기
쳬쳬23. 06. 26 · 읽음 1,035
비를 흠뻑 맞은 고추나무@쳬쳬

 

간밤에 내린 비로 고추나무 화분이 흠뻑 비를 맞았습니다. 고추나무가 화분에 제대로 자리 잡으면서 매일 세 네 개 씩 고추를 수확합니다. 화분에 기르는 고추가 얼마나 생산성이 있을까 하겠지만 저에겐 잊지 못할 고추나무 화분이 있습니다. 

20여년 전 여수 큰고모네 집 마당에는 겨울을 세번 넘긴 고추나무가 있었습니다. 무릎보다 높은 깊이의 커다란 화분에서 손가락 세 개는 족히 넘을 것 같은 줄기가 목질화되어 자라고 있었습니다. 충분한 온도와 흙이 있다면 매년 주렁 주렁 열매 맺는 여러해 살이 식물이 생산성과 난방비라는 현실 조건에 맞춰 한해살이 식물 처럼 살아야 하는 게 한국 고추나무의 현실인 것이었습니다. 큰고모는 본인 한약을 다리고 남은 한약찌꺼기를 발효시켜 덧거름을 준다고 하셨습니다. 올해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을 일이 여러차례 있었습니다. 화초영양제로 유통기한 지난 한약을 구해 물에 희석해 덧거름을 해줬습니다. 농사짓는 아버지께 부탁해 택배로 퇴비와 질소 비료도 1리터 씩 받아 섞어 줬습니다.

화분에 옮겨 심은 직후의 고추 모종@쳬쳬

 

본격적으로 고추가 열리기 시작하니 나무 한 그루에서 매일 2-3개씩 청양고추를 수확해 먹고 있습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이번 겨울엔 유료태양이라 부르는LED 풀스펙트럼 램프로 집안에서 겨울을 나게 할 셈입니다. 운이 좋다면 저도 내년엔 목질화된 2년차 고추나무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한 2m 넘는 고추나무를 만나고 싶습니다. 내년 이맘 때쯤에는 가슴팍 넘게 자라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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쳬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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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안학교 교사, 직업재활시설 마케터, 바리스타 강사, 요리사, 잡지 에디터, 콜센터 상담원,그러나 지금은 앞둔 순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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