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체 기계치라 틔운 미니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엔지니어인 둘째 딸이 와야 이 기계를 작동할 수 있다.
언니보다 차분한 둘째가 나의 소소한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다.
설명서를 들여다 보고 전원을 꼽고 내 핸드폰에 앱을 설치하고 물을 넣고 씨를 뿌리고 세팅이 끝났다.
"이 버튼 아래로 붉은 색이 보이면 물을 보충해주고 그럴 때 영양제를 같이 넣어주면 되. 일단 시작해봐"
'저 구멍에서 뭐가 나오려나...'
키트를 작동한 이후 일주일만에 비리비리한 싹이 삐죽이 올라왔다.
'어머, 어머, 어머, 정말 여기서 싹이 나오네..'
신기하게도 10개 중 3개의 구멍에서 실오라기 같은 딜 싹이 고개를 내밀었다.
틔운의 앱을 핸드폰에 깔아주면서 이러저러한 사용 설명을 딸이 해 주었음에도
'물은 언제 주는거야?' 물어보고 ' 싹이 나왔어!'라며 기쁜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저렇게 연약한, 잡초 같이 올라오는 딜이 식재료로 쓸 만큼 자라기는 자라는 걸까? ' 하는 의심스러운 생각과 함께 레몬 딜 버터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있다.
그로부터 또 닷새쯤 지나니 악보 속에서 춤을 추는 음표 같은 딜들이 10개의 구멍마다 쑤우욱 쑤우욱 올라왔다.
정말 신기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키워진단말이지...
처음 시도를 상추같은 식물로 해 볼걸 그랬나? 약간 아쉬웠다.
상추는 딜보다 제법 풍성한 잎이 올라오지 않았을까? 그럼 더 드라마틱 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궁굼하지도 않았던 틔운 사용법이 쓸쩍 궁굼해진다.
포털에서 틔운으로 루꼴라를 키우고 상추를 키우며 일지를 앱에 쓴다는 사람들을 보았다.
아! 앱을 사용하며 키우는 거구나
앱을 열어보니 딜을 키운지 13일 차 란다.
'재배 적정 온도보다 높아요. 좀 더 시원한 곳을 추천해요'
'조명시간이 짧아요. 식물의 생장 속도가 느리고 품질이 떨어질 수가 있어요' 라는 메세지가 있었다.
아하. 그래서 비실비실해 보였나?
10시간이었던 조명시간을 14시간으로 올렸다. 날씨가 더우니 집안 온도에 신경을 더 써야될 거 같다.
작물을 한번 키우고 기기를 쳐박아 놓는 애물단지가 되지 않게 열심히 잘 키워보자!
에그앤올리브
행복한 삶에 진심! 매일 감사하며 살아가는 귀여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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