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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인내하는 식물, 인동초
루디린23. 07. 02 · 읽음 395

  산책을 하다 호박벌처럼 보이는 동그랗고 귀여운 벌이 꽃의 꿀을 따모으는 것을 보았다. 한 송이, 한 송이, 노랗고 하얀 꽃 품 안에 앉았다 날아올랐다 앉았다 날아올랐다 했다. 벌도 귀여웠고 처음 보는 꽃도 예뻐서 이름을 알아보았더니 그동안 이름만 알고있던 유명한 식물이었다. 한국의 유물이나 전통 문양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이름, 인동초였다.

 

호박벌처럼 생긴 작고 통통한 벌이 인동초의 꽃에 앉았다

 

  겨울에도 푸른 잎을 지니고 있어 겨울을 인내하는 풀이라는 뜻을 가진 인동초(忍冬草)는 인동덩굴, 겨우살이덩굴, 금은화라고도 불리운다. 이름을 가만히 살펴보면 인동초의 특징을 알 수 있다. 겨울을 견디는 식물이라 '인동'의 이름을 가지었고, 덩굴식물이라 '덩굴'이라 불리운다. 처음 꽃이 피었을 때는 하얀색(은색)을 지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란색(금색)으로 변해간다. 그래서 금은화라는 이름도 가지게 되었다. 서양에서는 허니서클(honeysuckle)이라 부르는데 금은화에 꿀이 많아서 '꿀(honey) 젖을 먹이다(suckle)'라는 이름을 갖게 된 듯하다.

 

골목길 계단참에 피어있던 금은화

 

  인동초의 꽃은 5~6월에 피는데 내가 산책하며 동네 골목길 계단참에서 인동초를 발견했던 때가 5월 20일 경이었다. 처음 보는 인동초의 꽃은 아름다우면서도 그 모양이 특이했다. 인동초의 덩굴 문양을 본따서 인동문이라 불리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인동초의 꽃 모양도 인동문과 비슷해서 신기했다. 

 

  인동문은 화문과 덩굴무늬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초화형식의 장식무늬로 당초문의 일종이다. 인동은 겨울을 견뎌낼 뿐만 아니라 덩굴을 이루면서 끊임없이 뻗어나가기 때문에 연면의 상징성이 있다. 덩굴식물로서 끊어지지 않고 오래도록 이어지기 때문에 장수한다는 길상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인동문 - 인동문암막새 (전통문양 식물문 인동문))

 

  그래서 도대체 인동문이 무슨 문양인 거지 싶을텐데 직접 유물을 보면 '아, 그 무늬!'하고 알아차릴 만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양이다. 삼국시대의 금속 장신구나 기와(암막새, 수막새),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그 문양을 살펴볼 수 있고 불교적인 장식문양으로도 많이 쓰였다. 이후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도 인동문은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 

 

백제 무령왕비 금제 장식의 인동문

 

고구려 강서대묘 천정 고분벽화의 인동문 / 출처 : 고구려의 황홀, 디카에 담다 (이태호 저)

 

통일신라 인동문 암막새(기와)  / 출처 : 영남대학교 박물관

 

  위의 유물들을 살펴보면 인동문이 어떤 문양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사실 이런 문양은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고 중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권은 물론 서양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문양이다.

 

  실제로 인동무늬는 인동덩굴을 무늬로 한 것이 아니라 한다. 인동문은 고대 이집트의 화문형식에서 시작하여 그리스 미술의 팔메트 무늬 또는 아칸투스 무늬에서 페르시아 미술, 그리고 중국 육조 미술을 거쳐 우리나라로 전해졌다. 그래서 이러한 모든 덩굴무늬 양식을 서양에서는 허니서클(honeysuckle)이라 부르고 중국문화권에서는 인동당초(忍冬唐草)라 부른다. ‘당초’라는 어원(語源)은 ‘당대풍(唐代風)’의 덩굴무늬에서 비롯된 것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인동문 [忍冬文]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시작은 팔메트(종려나무 잎 무늬) 문양이었지만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고 발전하면서 모양은 점점 변화했을 것이다. 그리고 동아시아 문화권으로 넘어오면서 여기 사람들의 눈에는 그 문양이 인동덩굴 모양으로 보였던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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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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