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서 40대로 넘어오면 생일이 기다려지지 않는다. 어렸을 때 그토록 어른이 되길 바랐는데 차고도 넘치는 어른이 되어 보니 젊은 청춘 에너지가 부러웠다.

생일이 되면 무엇을 먹을지 기다렸고 아웃백 빕스 애슐리 드마리스등 외식업체 가는 게 행복이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생일날 뭘 먹을지 기준은 맵지 않고 온 가족이 다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선택되었다. 두 남매가 입이 짧아 후추가 조금 과하거나 고춧가루가 들어가면 질색이니 매번 치킨 피자 족발 보쌈 요정도 선에서 시켜서 먹게 되어서 먹는 기쁨도 없어졌다.

생일날 배달음식 메뉴 리스트를 보면 평소 어떻겠는지 짐작이 갈려나 모르겠다. 호텔 조식을 가서도 흰밥 미역국 김 소시지 몇 알이 전부라서 가성비가 최악이었다. 몇 번의 경험으로 10만 원을 내고 저렇게 먹는다면 차라리 편의점에서 가족 외식을 하는 게 나을 거라는 결론이 나오는 웃기지만 슬픈 일이 생겼다.

맵찔이들이 좋아하는 국은 첫째는 만둣국, 소고기뭇국 콩나물국, 미역국이고 둘째는 미역국만 좋아한다. 그렇다면 선택은 무엇이 되겠는가 미역국을 주 1회 끓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달에 몇 번을 먹게 되니까 이제 입에서 미역이 나올 지경이다. 내가 수유부도 아니고 미역국을 이렇게 자주 먹을 일인가 육아 9년 동안 먹은 미역이 얼마나 많을지 짐작이 갈 것이다.

<출처 오아시스>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내 생일날 만큼은 절대로 미역국을 먹지 않으리라. 친정엄마는 어떻게 그러냐고 했고 난 당당하게 생일자가 먹지 않겠다는데 끓인다면 다른 분들은 맛있게 먹더라도 당사자는 사양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미역국 먹지 않는 날이 정해졌고 서서히 남편도 본인 생일은 미역국 금지를 날려서 같은 길을 가려했지만 시어머니께서 신랑 미역국은 끓여 줬냐는 물음에 아니오라는 말을 하고 무지개색 잔소리를 듣고 난 이후 그냥 끓여주고 나만 먹지 않는다.

                       내가 만든 딸기 타르트 (거부 1)

                내가 만든 바스크치즈케이크 (거부 2)

          내가 만든 딸기 생크림 케이크 (거부 3)

' 두 번째 금지 음식 케이크 '

직업이 디저트 만드는 사람이라 가족들 생일이나 지인들 생일에 주문을 하면 직접 배달까지 해주고 같이 먹는 시스템이 발생했고 자연스럽게 가족이 내가 만든 케이크를 많이 먹었다. 미역국 금지 선언으로 나만 행복할 수 없었나 보다 남편 첫째 둘째가 본인 생일에 엄마케이크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들은 생일날 케이크 안 먹으면 안 되냐고 나에게 망언을 했고 처음엔 상처를 받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시댁, 친정,  친구들 행사에 항상 내가 만든 케이크가 올라갔고 아이들은 일 년에 먹는 케이크는 12번은 족히 넘을 것이고 4년 동안 먹었으니 존중해 주기 했다. 그래 본인 생일이니 먹고 싶은 걸로 먹도록 합시다. 덜 일하고 좋구먼 가볍고 현명하게 카드로 해결합시다.

' 세명의 간택은 아이스크림이었다. '

그들과 달리 평생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않았다. 먹고 나면 입이 달고  텁텁해 왜 먹는지 이해가 안 가는 디저트 중에 하나라 즐겨 먹지 않는데 남편은 아이스크림 귀신이라 나름 맛을 평가하면서 먹는다. 폴라포 보다 왕포도알이 덜 끈적하고 뒷맛이 깔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가게도 아니면서 왕포도알 30개 한 박스를 택배로 받아 보았는가 집이 업소도 아니고 처음엔 당황하다가 몇 번 받아보니 이젠 포기 상태다.

가족들은 진화했다. 아이스크림케이크를 먹다가 맛없는 맛들이 있는 걸 알고 동그란 통에 본인이 먹고 싶은 것만 담는 통 아이스크림을 선택했다. 아이들도 이런 면에서 똑똑해지는 것 같아서 소름이다. 통아이스크림에 초만 꽂으면 생일 축하 케이크로 변신한다. 내 생일은 아이스크림을 안 먹으면 안 되냐고 했더니 단호하다. 이 맛있는걸 왜 안 먹냐며 그리고 축하 노래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무조건 제일 큰 통을 골라왔다.

이리하여 우리 가족은 남들과 다른 금지음식 리스트로 생일날은 미역국과 케이크를 먹지 않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참 어색한 풍경이고 사진 속에 예쁜 케이크 대신 통아이스크림이라 썰렁하지만 뭐 어떤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으니 말이다.